[DJ 黨신년사]『재벌 고통 감내…자기개혁 필요』

  • 입력 1998년 1월 5일 20시 49분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5일 국민회의 시무식에서 밝힌 신년구상의 핵심은 ‘뼈를 깎는 고통분담’과 이를 통한 ‘제2의 건국’이다. 정부와 기업, 국민의 3자 모두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자기희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주안점을 두었다. 김차기대통령은 우선 우리 경제현실을 매우 냉혹하게 진단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우리 경제는 산소호흡기에 의존하는 환자와 같아 밸브를 닫으면 당장 파탄상태가 된다”며 “올해는 이를 극복하고 제2의 건국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를 위해 국민 전체의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우리는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것을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자세로 거부했으나 이래서는 세계화시대에 살아 갈 수 없다”면서 “무역도 좋지만 외국투자도 받아들여 선진국의 기업경영과 시장개척 등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차기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으로 제시한 적이 있는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병행’을 거듭 역설했다. 이 두가지의 병행이 국시(國是)와 합치하는 것이라는 ‘신국시론’을 주창하기도 했다. 김차기대통령이 이처럼 국민에게 인식의 전환을 강도높게 요구한 것은 국난극복에 필요한 국민적 공감대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즉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기 위해서는 현상황에 대한 위기의식이 더욱 고조돼야 한다는 생각인 것 같다. 김차기대통령의 이같은 현실진단은 “우리가 선택의 여지 없이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을 많은 국민이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1년1년 겪어야 할 고통에 대해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라는 표현에도 잘 배어 있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를 토대로 정부기업 노동계―국민 등 3자가 분담해야 할 고통을 단호한 어조로 차례차례 제시했다. 특히 기업에 대해 “오늘날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기업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기업이 자기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기업이 (개혁을)안하더라도 (정부정책은)과거와 같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재벌이 계열기업간 상호지급 보증제도 개선이나 결합재무제표 도입, 부실계열사 정리 등의 개혁을 솔선하지 않을 경우 강제 조치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주목된다. 김차기대통령은 이어 “정부와 기업 다음으로 노동계, 국민이 다같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차기대통령은 그러면서도 “1년만 참고 견디면 내년에는 희망이 보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 국민은 무서운 저력을 발휘하고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영묵·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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