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을 포함한 경제주체들에 대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철학과 시각은 그가 지난해 12월19일 당선기자회견에서 밝힌 ‘민주적 시장경제론’에 들어 있다.
즉 자유경쟁에 의해 운영되는 시장경제체제가 기본틀이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이 신봉하는 시장경제체제는 단순한 미국식 자본주의체제는 아니다. ‘민주적’이라는 수식어에서 그의 경제관을 읽을 수 있다. 김차기대통령이 말하는 ‘민주적’이라는 표현은 경제주체들의 사회적 책임까지를 포함한다. 기업의 이윤추구를 비난하지는 않지만 거기에 걸맞은 책임도 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차기대통령이 그동안 친(親)노동계적인 태도를 보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때문에 재계는 그가 ‘반(反)재벌’의 성향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었고 이는 곧 재벌의 ‘반(反)DJ’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김차기대통령의 재벌관(財閥觀)은 재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적 시장경제’라는 그의 경제관에 기초해 재벌의 순기능과 함께 사회적 역할도 강조하는 것일 뿐이다.
이는 그동안 재벌에 대한 김차기대통령의 언급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차기대통령은 대기업이 우리 경제의 고도성장에 기여한 공적을 높게 평가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재벌의 ‘불공정게임’은 분명히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이나 계열기업간 상호지급보증 등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고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관치금융 등 정경유착이 우리 경제를 파탄에 빠뜨린 근인(根因)이라는 인식에서 재벌의 ‘홀로서기’를 강조한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권력을 앞세워 간섭을 하는 일도 없을 것임을 누차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정립해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탄탄한 선진국형 경제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 김차기대통령의 생각이다.
즉 재벌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정하는 동시에 책임도 지우겠다는 것이 김차기대통령의 생각이다.
〈최영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