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재벌은 그동안 남의 돈을 빌려다 쓸 줄(차입)만 알았지 남을 경영에 참여시키는 것(증자)은 극도로 꺼려왔다.
증자를 통해 일반 투자자들을 주주로 참여시키고 회사의 자본구조를 건실하게 하는 것은 뒷전. 은행에서 돈을 꾸어다 부채만 늘리고 주주의 권한은 오로지 총수 개인이나 그 일가가 독점하는 구조로 회사를 운영해왔던 것.
그 결과 30대 재벌의 부채비율은 387%에 이르고 있다. 자기자본의 4배에 이르는 부채를 지고 있는 것.
재벌들이 입만 열면 금리를 국제수준으로 낮추라고 요구했던 것은 사회전반의 고비용구조를 깨자는 의미도 있었지만 자신들이 물어야 하는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한 의도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
산업연구원(KIET)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하에서 평균 차입금리가 20%선을 유지하고 매출액이 3% 감소하는 경우 30대 재벌은 한해 동안 18조4천4백90억원의 이자비용(경상손실)을 추가로 물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30대 재벌 자기자본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수준.
외국인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IMF의 요구는 보수적인 입장에서 곳간문을 여는 것 같아 꺼림칙하지만 차입보다는 자본금을 늘려 재무구조를 건강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