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의 재무구조 개선과 투명경영을 요구하는 새정부 정책방향이 제시되면서 재계에는 ‘부실기업 정리’가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7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과 일부 그룹을 중심으로 주요그룹끼리 중복과잉투자 분야의 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을 추진중이지만 기업간의 이해가 크게 엇갈려 난항을 겪고 있다.
▼재계 리더십이 없다〓‘빅딜’을 추진하려면 재계나 각 그룹별로 중대결단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선 결단을 내릴 리더십이 없다.
특히 현대나 LG그룹의 경우에는 2,3세 경영체제로 넘어오면서 형제간 지분나누기가 거의 끝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정몽구(鄭夢九)현대회장이나 구본무(具本茂)LG회장은 나머지 형제들에게 지분을 포기하고 구조조정에 참여하라고 요구할 입장이 아니라는 것.
재계 전체로도 최종현(崔鍾賢)전경련회장이 작년 여름 폐렴수술후 활동이 예전같지 않고 ‘빅딜’에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은 재계 리더십이 부족한 것으로 지적된다.
▼내놓는 사업이 겹친다〓재계는 자동차 반도체 중공업 가전 철강 항공 조선 등 거의 전부문에 걸친 중복과잉투자로 과당경쟁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룹마다 경영난으로 내놓으려는 사업이 맞부딪치고 있다.
삼성자동차의 경우 기아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할 경우 자동차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고 있지만 현대나 대우 등 나머지 자동차주력 그룹들은 현재의 사업만으로도 버겁다는 입장.
또 각 그룹이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하는 중공업의 중장비기계부문과 전자의 가전부문을 내놓으려 하지만 사겠다는 그룹은 하나도 없는 실정.
▼세금내면 남는 게 없다〓그룹끼리 계열기업을 넘기고 넘겨받는 과정에서 막대한 세금이 발생해 사업교환을 꺼리고 있다.
즉 서로 사업을 맞교환할 경우에는 각각 양도차익을 남기고 새로 취득하는 것으로 간주돼 세금을 이중으로 물게 된다는 것. 재계는 세금 감면조치를 마련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