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분담은 역시 어려워』…「勞使政위원회」구성 진통

  • 입력 1998년 1월 7일 20시 44분


노사정(勞使政)간 ‘고통분담 협약’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사정위원회’구성이 진통을 겪고 있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은 노사정 3자 대표가 5명씩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를 당초 일정을 앞당겨 7일 출범시키려 했다. 그러나 6일 오후 김차기대통령과 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는 한광옥(韓光玉) 노무현(盧武鉉)부총재 등은 이 문제를 상의하는 과정에서 위원회 발족을 2,3일 미루기로 했다. 갑작스럽게 일정을 늦춘 것은 6일 오전 민주노총이 “부실금융기관의 정리해고를 1월 임시국회에서 조기도입할 경우 노사정위원회에 불참하는 것은 물론 반대투쟁에 나서겠다”는 강성(强性) 성명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계 및 사용자단체와 충분한 사전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위원회 발족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노동계는 물론 사용자단체와의 물밑 접촉을 통해 자발적 참여의 모양새를 갖추기로 한 것이다. 국민회의가 7일 오전 긴급하게 한부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노사정협의회 대책위원회’를 당기구로 구성한 것도 사전정지작업을 위한 것이다. 위원으로는 노부총재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4명, 한국노총 출신 조한천(趙漢天)의원, 민주노총 출신의 이용범(李鎔範)춘천을 지구당위원장 등 노동계에 발이 넓은 당내 인사들을 총동원했다. 국회 재정경제위와 통상산업위 간사인 정세균(丁世均) 박광태(朴光泰)의원도 사(使)측 창구역할을 하기 위해 위원에 위촉했다. 노사정위원회 구성안도 위원은 노동자와 사용자단체의 장(長)급으로 격상시켜 명실상부한 노사정의 대표기구로 만들고 이와 별도의 실무위원회를 두어 심도깊게 협의 할 수 있게끔 당초 안을 수정했다. 그러나 위원회를 발족시키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한 두개가 아니다. 그 중 가장 큰 고비는 노동계가 전 산업 정리해고제를 수용하도록 설득하는 문제. 하지만 노동계의 양대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모두 “나라가 위기에 빠져있는 줄은 알지만 명색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한다는 단체가 ‘노동자 목자르기’에 도장을 찍어줄 수 있느냐”는 입장이다. 노동계 인사들과 물밑접촉을 해온 국민회의의 한 당직자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그나마 협조적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한국노총 간부들조차 사석에서 김차기대통령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금융노련과 사무노련은 7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김차기대통령이 지난해 말 양대 노총 대표자들과 만나 실업대책 등 모든 문제를 노사정위원회에서 논의해 처리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일방적으로 정리해고제를 이달에 조기도입하겠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때문에 노사정위원회 위원장으로 내정돼 3자협상의 조타수(操舵手)역할을 할 한부총재의 얼굴은 근심이 가득하다. 한부총재는 “노사정의 합의는 새 정부 임기 초반의 운명을 좌우할 만큼 중차대하다”며 “십자가를 메는 심정으로 이 일을 맡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자민련과의 야권후보단일화 협상 주역이었던 그는 당시의 협상과 이번 노사정협의의 차이점을 비교해가면서 “이번은 그때보다 몇 배 더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노사정 협의는 시간이 촉박한데다 많은 근로자들의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여서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어려움”이라며 “국가적 위기 앞에서 노사정이 가슴을 열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길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느 한 쪽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반드시 지키겠다”며 “노사정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협의를 한다면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자위하기도 했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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