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금융기관장간의 오찬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현재 금융권이 겪고 있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쏟아놓았다.
다음은 간담회 참석자들의 발언요지.
▼장철훈(張喆薰)조흥은행장〓우리 은행들은 30여년 동안 경제발전을 위해 노력해왔다. 모든 시중은행들이 해외에서 약 1천억달러를 빌려서 (기업에) 외화대출을 해줬다. 그것은 은행이 꼭 필요해서가 아니라 국가경제를 위해서였다. 작년에 국제통화기금(IMF)사태가 발생하자 외화거래가 끊어졌고 또한 IMF의 요구사항인 국제결제은행(BIS)이 요구하는 자기자본비율(8%)을 맞추자니 참으로 어려움이 많다. 은행들의 공통적인 애로점은 첫째가 고금리다. BIS를 맞추자니 기업에 35∼40%의 금리에 돈을 빌려주고 있다. 이런 금리로는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다 쓰러질 수밖에 없다. 둘째로는 외화유동성에 선처가 있어야 한다. 높은 금리는 기업에 부담을 전가한다. 과거에는 리보(런던은행간금리)+1%로 빌려 썼으나 지금처럼 +10∼15%나 되면 은행은 감당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IMF의 요구사항인 BIS 기준의 시행시기를 98년말로 늦추도록 해달라.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고금리는 IMF의 요구조건이다.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외화를 쉽게 빌려주면 쉽게 처분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억제하고 있다. 리보+15%는 일종의 페널티금리다. 시중은행들이 해외에 나가서 직접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김용환(金龍煥)비상경제대책위원〓그동안 우리 은행은 기업에 자구노력을 요구하지 못했다. 은행에서 기업의 재산을 잘 파악하고 있을 테니 이를 처분해서라도 자구노력을 기울이도록 압력을 가해야 한다.
▼서덕규(徐德圭)대구은행장〓방은 서울보다 부도율이 2,3배 높다. 한국은행에서 자금을 지원할 때 지방경제의 어려움에 대한 관심표명을 해 차등지원을 해줘야 한다.
▼박영수(朴塋洙)광주은행장〓주 경제의 30%를 점유하는 아시아자동차가 무너졌다. 그러나 광주은행은 어음할인을 모두 해줘 1백여개 중소기업의 부도를 막아줬다. 이런 특별한 사태가 발생하면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적극지원을 해야 한다.
▼이관우(李寬雨)한일은행장〓기업부도율이 지난해 12월 2.25%로 급증했다. 기업들의 부도이유는 대기업부도로 인한 연쇄부도와 한계기업의 부도, 그리고 고금리에 의한 고의부도다.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제2,3금융권의 자금회수 공포증에 걸려 있다. 따라서 어음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또 국내은행이 기업의 국내차입은 파악하고 있지만 해외차입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금융기관이 정보를 공유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규증(李圭澄)국민은행장〓국민은행은 주로 서민을 위한 은행이기 때문에 가계자금과 기업자금만 취급해왔는데 지금 가계자금은 모두 중단하고 기업자금만 취급하고 있다. 올해 1월 들어 9백95억원의 수출자금을 지원했다.
▼원철희(元哲喜)농협중앙회장〓각 은행에서 사료수입을 위한 신용장을 개설해주지 않아 닭 돼지들이 굶어죽게 생겼는데 농협에서 신용장을 열어 1월말이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환율이 올라 영농비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영농자재의 세율 등을 배려해주지 않으면 환율부담까지 겹쳐 쌀 부족상태가 올 수도 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