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38명의 국책 시중 지방은행장 등 금융기관장들이 자리를 함께 한 9일의 오찬간담회는 시종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간담회에서 김차기대통령은 외환위기가 산업전반의 위기로까지 치닫고 있음을 강조하면서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을 기피하지 말 것을 거듭 당부했다. 김차기대통령은 또 금융기관의 뼈를 깎는 자성을 촉구했고 은행장들은 국제신용도 하락에 따른 금융권의 애로사항을 하소연하면서 고금리 해소 등 정책사항을 건의했다.
김차기대통령은 기조발언 서두에서 “지금의 금융위기는 금융기관들이 ‘권력의 시녀’가 된데서 비롯했다. 은행 주식을 한 주도 갖고 있지 않은 정부가 은행장 인사를 좌지우지해왔다”며 관치금융의 폐해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1차적으로는 정부와 이러한 파국을 막지 못한 정치권에 책임이 있지만 본연의 사명을 제쳐놓고 권력의 간섭에 쉽게 협력한 금융권의책임도크다”고 질타, 간담회장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그는 그러나 “이제 은행에 대한 특혜는 없다”면서 “부실기업에 대출을 해주라는 부당한 간섭을 결코 하지 않을테니 세계적인 은행이 될 수 있도록 뼈를 깎는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김차기대통령의 당부사항은 크게 △수출기업에 대한 금융지원강화 △대기업의 지나친 차입금 의존체질 개선 △원자재 및 생활필수품 수입에 차질이 없도록 신용장 개설을 기피하지 말 것 △벤처기업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화 등 네가지로 요약된다.
김차기대통령은 이를 당부하면서 “은행장들이 직접 일선 점포를 돌며 독려해 달라”며 “매일 은행의 실적을 확인, 협조한 은행에 대해서는 반드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