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만나는 재벌 총수들 중에는 그동안 반 DJ 성향을 표출했던 이들도 없지 않다. 이때문에 DJ 면담을 앞둔 재벌 회장들의 표정은 긴장과 기대가 복잡하게 뒤섞인 모습이다.
현대 삼성 LG 대우 SK 등 5대 그룹은 회장실 비서실을 중심으로 면담자료를 작성하는 등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재계는 김차기대통령과의 취임전 면담을 일단 환영하면서도 김차기대통령으로부터 나올 재벌 구조조정 관련 주문이 부담스럽다는 반응.
삼성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당선자의 ‘훈시’를 (일방적으로) 듣는 자리가 될 것 같다”며 “상호지급보증 해소와 결합재무제표 작성 요구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짐작했다.
대우그룹 비서실 관계자는 “아무리 어려운 자리라고 하더라도 총수들이 재벌규제 조치의 완급을 조절해달라는 요청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현대그룹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정권에서 알게 모르게 피해를 당했다는 의식 때문에 김차기대통령과의 면담에 상대적으로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 현대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반가운 소식”이라며 “회장이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박태준(朴泰俊)자민련총재와의 면담을 준비했던 LG그룹 회장실은 면담 상대가 격상되자 비서팀과 재무팀이 함께 나서서 면담자료를 작성중이다.
비서팀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혼미해 정확한 실상을 바탕으로 대책을 건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계는 대체로 상호지급보증 해소와 결합재무제표 도입 시기를 늦춰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룹간 사업맞교환 등 구조조정에 대한 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차기대통령의 견해를 존중해 15일 회장단회의에서는 이에 관한 구체적인 화답(和答)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