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경제대책위가 외환협상사절단의 미국방문을 앞두고 협상‘메뉴’의 작성작업에 분주하다.
‘메뉴’란 금주중 미국을 방문하는 외환협상단이 뉴욕을 방문해 금융계에 제시할 협상 리스트. 이 내용이 △단기외채의 만기상환 연장 △중장기외채 전환 △신규차입 규모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 한국의 외환수요 총규모와 이를 위한 조건들을 망라한 외환상품과 조건들의 세부목록인 셈이다.
뉴욕 금융계도 하루빨리 이런 종합적인 메뉴를 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토대로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는 태세. 따라서 비대위는 뉴욕 금융시장의 동향파악에 신경을 곤두세운 채 현지의 요구사항들을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금융계의 요구사항이 워낙 여러 갈래여서 재정경제원과 비대위는 대략 세 갈래 그룹으로 구분, 협상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시티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 등 대한(對韓)투자규모가 큰 은행들과 소규모 은행들로 구분하고 JP모건을 주축으로 한 투자은행 등을 별도로 다룬다는 계획이다.
뉴욕 금융계는 한국측에 단기외채의 상환연장이나 중장기전환시 추가이자를 요구하면서 정부와 한국은행의 지불보증을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 JP모건측은 한국측이 국채를 발행, 외채를 갚으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뉴욕 금융계는 이자율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경매에 부쳐 이자율을 깎는 ‘더치 옥션(Dutch Auction)’이 아닌 ‘당사자 합의방식’을 원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따라서 한국 협상단으로서는 그룹별로 나름의 구체적인 외환상품과 조건들을 제시하면서 흥정을 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특히 협상단은 뉴욕금융계가 요구하는 한국정부의 지급보증은 앞으로 외환협상에 선례로 작용, 신인도 회복에 저해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후의 방안으로 검토한다는 입장. 하지만 이런 방침 또한 현재의 형편으로 볼 때 지켜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협상단의 방문시기를 충분한 검토와 전략수립을 마친 뒤로 다소 늦춰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