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는 경제위기 타개 방안을 주도해 온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최대의 고비가 될 것 같다. 대외적으로는 한꺼번에 몰리고 있는 단기채무의 상환 연장 및 중장기 전환여부의 큰 가닥이 잡힐 것이다. 대내적으로는 금융기관 정리해고 도입을 위한 임시국회가 열린다. 이와 병행해 재벌그룹 총수들에 대한 강도높은 개혁요구가 뒤 따를 것으로 보인다.
대내외의 문제는 동전의 양면이다.재벌의 구조조정 및 노동시장의 유연성 확보는 한국의 국제신인도 제고 및 해외민간자본의 투자유치와 맞물려 있다.
김차기대통령이 우선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는 재벌구조조정 및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도입 등 대내 현안. 그중에서도 13일 삼성 이건희(李健熙) 현대 정몽구(鄭夢九) 대우 김우중(金宇中) LG 구본무(具本茂) SK 최종현(崔鍾賢)회장 등 5대재벌 총수와의 면담일정이 최대 관심사다. 이 면담은 재벌개혁의 구체적 안을 놓고 차기대통령과 총수들이 벌이는 협상의 자리가 될 것 같다. 이날 참석이 확정된 5대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차기대통령은 재벌개혁방안으로 △상호지급보증 금지 △결합재무제표 조기도입 △한계기업 조속 정리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방안 마련 등 구체적인 안을 내놓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또 투명성 확보와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이 ‘알아서’개혁에 나설 것을 강도높게 촉구할 예정이다.
재벌개혁안 도출은 15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부실금융기관 인수 합병시 정리해고를 인정하는 금융산업구조 조정에 관한 특별법 처리의 전제조건이다. 재벌개혁안을 한 손에 들고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금융기관 정리해고 도입의 후유증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임시국회 이후 노사정(勞使政)협의체를 발족시킬 수 있고 2월의 정리해고 전산업확대조치 이전까지 노사정 공동협약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문제는 노동계의 양대산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반발이다. 이들은 이미 임시국회에서 금융기관 정리해고제가 도입될 경우 노사정협의체 불참은 물론 새 정부를 겨냥한 대대적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김차기대통령이 10일 “다 살려고 하면 모두 죽는다. 30%가 희생해 70%를 살리고, 70%가 다시 30%를 살려야 한다”며 공생의 길을 제시한 것도 노동계를 향한 절박한 고통분담 호소이기도 하다. 문제는 여론의 향배다.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도입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지수가 커지면 자칫 ‘제2의 노동관계법 날치기파동’이 재현할 수 있다. 김차기대통령은 임시국회 직후인 18일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정리해고 도입의 불가피성을 국민에게 직접 호소한다는 복안을 세워놓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여론의 ‘채찍’을 등에 업자는 생각이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신인도 제고를 위한 한국의 피나는 노력을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김차기대통령이 12일 미셸 캉드쉬 IMF총재와 오찬을 함께하고 이에 앞서 제임스 하몬 미수출입은행 총재와 만나는 것도 이때문이다. 재벌개혁과 노동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한 새 정부의 개혁의지는 두 사람과의 회동에서 주요 화제가 될 것이다.
정부의 단기외채 상환연장을 위한 협상조건과 대표단 인선도 금주중에 마무리될 것 같다. 협상조건중 문제는 민간은행의 단기채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보증기간. 채권자들의 요구대로 보증기간을 무한 연장하거나 금리를 턱없이 높여줄 수도 없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가 민간은행 단기외채의 경우 3년간 지급보증을 할 것이라는 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환조건의 최종 결재권자 역시 김차기대통령이 될 것이고 가장 좋은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새정부측의 외교전도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이와 함께 김차기대통령은 금주초 방한할 예정인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사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사 신용평가뉴늡 동향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는 적어도 한국의 신용등급이 2∼3단계 상향 조정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는 것. 10일 세계적 종합금융사인 트레블러스사의 샌포드 웨일회장과 만난 김차기대통령은 “한국의 신용등급이 자꾸 떨어지고 있는데 신용등급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