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13일 4대 재벌그룹회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재벌개혁구상’의 골격은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한 환골탈태(換骨奪胎)’로 요약된다.
5개 합의사항인 △기업경영 투명성 제고 △상호지급보증 해소 △재무구조 개선 △주력 핵심사업 설정 △지배주주 및 경영진의 책임강화 등만 보아도 어느 것 하나 손쉽지 않은 것이 기업의 입장이다.
이날 김차기대통령은 ‘동지적 관계’라는 표현을 여러차례 구사해가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주문사항은 ‘극약처방’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만큼 냉정했다.
정리해고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는 노동계를 의식한 주문이기는 해도 기업총수들 스스로 자기 재산을 주식투자를 위해 내놔달라는 발언이 대표적인 예.
아무튼 공은 기업으로 넘어갔다. 우선 17일까지 자체 구조조정계획서를 김차기대통령에게 내놔야 한다. 지침도 이미 주어졌다. 비상경제대책위가 마련한 기업구조조정을 위한 ‘가이드 라인’이 그것이다. 그러나 기업이 받는 중압감은 ‘가이드 라인’이상일 것이다.
구조조정 계획서에는 수많은 ‘문어발’중 어느 다리를 잘라내고, 언제까지 어떻게 업종전문화를 이루겠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업종전문화를 위해서는 기업 상호간의 자율적 통폐합, 이른바 ‘빅 딜’이 필요하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일단 기업간의 자율조정을 강력히 권고한 뒤 정책적으로 유도를 해나갈 것 같다. 제도적 후속조치는 2월 임시국회에서 마련된다. 기업간 통폐합에 장애가 되는 출자총액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고, 지주회사제도의 도입을 통해 기업간 인수합병을 자유롭게 만들 계획이다.
물론 기업측의 요구사항도 적극 수렴할 방침이다. 기업구조조정특별법을 마련해 기업의 분할과 양도, 퇴출절차 등을 간소화하고 부동산처분시 특별부가세 양도세 등을 면제해주는 등 과감하게 접근해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재벌개혁 프로그램은 난국타개를 위한 김차기대통령의 단기처방 중 한 축이다. 나머지 한 축은 노동계를 겨냥한 정리해고제 도입. 금융기관은 15일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전 산업분야는 2월 임시국회에서 정리해고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노사의 고통분담에 형평을 기함으로써 양측의 반발을 극소화시키겠다는 김차기대통령의 개혁구상은 재벌개혁안과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는 2월 임시국회를 통해 성패의 고비에 설 것이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