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13일 발표한 정몽구(鄭夢九) 몽헌(夢憲)회장의 새 ‘투톱(Two―Top) 체제’ 운영계획은 재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첫째 관심은 누가 인사를 했느냐는 것. 현대그룹 관계자는 “정몽구회장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을 만나고 돌아온 직후 정주영(鄭周永)명예회장이 두 형제를 불러 이같이 통보했다”고 전했다.
재벌그룹이 두 회장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재계 사상 처음 있는 시도다. 특히 정몽구회장이 다른 4대그룹회장과 함께 김차기대통령과 만나 재벌개혁방안을 논의한 직후여서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정몽헌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대외업무를 맡긴 것은 그룹차원에서 수출총력전을 펴겠다는 뜻으로 이해해달라”고 덧붙였다. 수출 및 해외투자업무를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주로 대외업무를 맡아온 정몽헌부회장에게 ‘회장’직함으로 힘을 실어준 것뿐이라는 게 현대측의 공식설명.
이번 인사가 ‘왕회장(정명예회장)’이 현재의 후계구도를 재검토하기 위한 과도적 체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관계자는 “정명예회장이 당장 총수를 바꾸지는 않더라도 일단 일정기간 두아들에게 경영을 맡겨본 뒤 능력을 재평가해 대권을 넘겨주려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후계구도가 불투명한 상태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두회장의 공동운영은 지분싸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재계의 지적. 특히 경제위기국면에서 ‘빅 딜’등 과감한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