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委 발족]「사회개혁 대장정」 무거운 첫걸음

  • 입력 1998년 1월 14일 19시 42분


나라살리기 ‘고통분담’
나라살리기 ‘고통분담’
숱한 진통 끝에 발족되는 ‘노사정(勞使政)위원회’가 우선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는 현재의 경제위기극복을 위한 각 경제주체들간의 대타협이다. 그러나 새 정권과 함께 태어나는 노사정위원회의 의미는 이 대목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은 50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이루어진 선거를 통한 여야간 정권교체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개혁프로그램’의 발진(發進)을 의미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난산(難産)의 과정을 겪긴 했어도 정치권 기업계 노동계 등이 결국 노사정위원회 구성에 합의한 것은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결과다. 그동안 노사정위원회에의 참여를 거부했던 노동계가 한발짝 물러선 것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노조상(勞組像)을 정립해야 한다는 여론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에게 한국노총 뿐만 아니라 민주노총까지 참여하는 노사정위원회의 출범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김차기대통령은 새 정부출범 전 노사정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함으로써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됐다. ‘김대중정권’이 노사정 대타협 도출에 성공할 경우 노사문제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개혁 추진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노사정위원회의 구성은 대타협을 위한 장정(長征)의 첫걸음이다. 결코 전도(前途)를 낙관하기 어렵다. 19개 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 도입은 노동계에서도 그 시급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2월 중 정리해고를 전 산업으로 확대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선행요건들이 어느 것 하나 손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가장 큰 걸림돌이 ‘재벌개혁’이다. 김차기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과의 회동에서 기본적인 기업구조조정계획의 가닥을 잡긴 했으나 대기업이 제시할 구체적인 추진내용에 따라 노사정위원회가 ‘순항(順航)’할 수도, ‘난항(難航)’할 수도 있다. 특히 새로운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 노동계가 ‘참여와 협력’을 새로운 노사관계의 전형으로 제시하면서 내세우는 노동자의 경영참여확대문제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해고회피노력’을 기업측이 얼마나 수용하느냐도 관건이다. 노동계는 노동시간의 단축과 임금삭감, 한시적 휴업조치, 잔업축소 등의 조치를 통해 해고를 최대한 자제한 뒤 정리해고는 ‘마지막 수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재 여론이 경제주체들의 ‘고통분담’이 불가피하다는 전제에서 김차기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는 쪽으로 흐르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마(亂麻)처럼 얽히고 설킨 국가상황 속에서 김차기대통령의 난국극복 드라이브가 순탄하게 진행될지는 아직 속단하기 힘들다. 〈최영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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