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과 금리가 어느쪽으로 움직일지 가늠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시장에 ‘일단 미루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금융기관과 고객들은 의사결정을 단기 위주로 하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 예년에는 연초가 되면 신상품을 봇물처럼 쏟아냈으나 올 들어 거의 내놓지 못하고 있다.
외환은행 상품개발팀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급변,장단기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하기가 어려워 최소한 3월까지는 신상품을 내놓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지난해말 연 40%를 넘어섰던 기업어음(CP)금리가 최근 26%대까지 떨어지는 등 올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지만 완전한 하향안정세인지 일시적인 하향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종합금융사들과 은행들이 지난해 12월 11일과 12일 CP 등의 만기를 2개월 연장하기로 한 결의의 효력이 끝나는 2월에는 자금시장에 또 한차례의 동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확실성 때문에 은행권은 최근 만기가 짧은 한시적 고금리 상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산업은행은 만기가 3개월, 6개월, 1년인 실세금리부 정기예금을 14일부터 2월말까지 판매한다. 또 농협도 만기가 1,3,6개월인 슈퍼정기예탁금을 15일부터 2월말까지 판매한다.
‘일단 미루고 보자’는 분위기는 수신부문뿐만 아니라 여신부문에서도 나타난다.
J은행의 한 임원은 “지금은 기업대출에 따른 신용위기가 가장 높은 시기”라면서 “설사 남는 자금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기업에 대출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업들도 장기투자할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도 최근에는 장기상품을 기피하고 주로 단기상품에 몰리고 있다.
모 후발시중은행 영업추진부의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주로 만기가 1∼3개월인 단기상품을 선호할 뿐만 아니라 시중실세금리에 따라 금리가 바뀌는 변동금리상품보다 확정금리 상품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확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변동금리상품보다 3%포인트 가량 낮아도 오히려 확정금리상품을 선택하는 고객이 많다는 것.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