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금융위기 해소를 돕기 위해 미국이 발벗고 나섰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27일 연두교서를 통해 미국의 지원 방침을 거듭 밝히고 이에 대한 의회와 국민의 이해를 구할 예정이다.
▼움직임〓이달 중으로 백악관 안보회의(NSC)와 재무부 국무부 관리들로 구성된 대표단을 일본에 보내 일본이 위기 해소에 적극 동참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윌리엄 코언 국방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의 아시아 순방도 미국이 이 지역을 정치 경제적으로 중요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 이미 외환안정기금에서 17억달러를 조기 지원해 주기로 한 미국은 재무부를 중심으로 한국의 외채 상환연장 실태를 매일 체크하고 연장을 안해준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그 이유를 묻는 식으로 ‘간접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유〓미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위기가 확대, 변질되는 것을 막고 의회의 일부 비판적인 세력도 견제하겠다는 의도에서 비롯하고 있다.
미국은 금융위기가 정치 안보위기로 변질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13일 “미정부는 아시아의 금융위기가 몰고 올 ‘낙진’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금융위기로 △한국이 대(對)북한 경수로 건설비용을 대지 못해 북한과 미국과의 관계가 위태롭게 되거나 △한국 일본이 미군 주둔비용 재협상을 요청하고 이로 인해 미군이일부 철수하거나 △경제난으로 인해 홍콩과 인도네시아에서 소요나 폭력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
미국은 이미 국무 재무 국방부 관계자들로 합동팀을 만들어 사태를 면밀히 주시하고 ‘낙진 방지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태가 정치 안보위기로 변질하면 미국의 입장에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의회전략〓의회의 반대 세력에 대한 견제와 설득도 문제다. 공화당이 중심이 된 일부 의원들은 클린턴행정부의 대(對)아시아 구제금융에 반대하고 있다.
하원 금융위원회가 15일부터 26일까지 짐 리치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대표단을 일본 한국 중국 홍콩에 보내 금융위기에 관한 현지조사를 벌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달 말 열릴 예정인 아시아 금융위기 청문회를 앞두고 공격거리를 수집하기 위해서다.
클린턴 대통령으로서는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여론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구제금융 지원 절차를 마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워싱턴〓이재호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