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열린 전경련 회장단회의는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4대그룹 총수가 합의한 대기업 개혁방안에 대한 재벌들의 ‘화답’ 수위를 조율하는 자리였다.
참석자들은 합의내용을 적극 수용하겠다는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해서는 “그룹별로 자율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만 밝히고 넘어갔다. 특히 결합재무제표 작성이나 총수 사유재산 출자문제에 대해서는 애매한 입장을 보이거나 현실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아 자발적인 재벌개혁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의문이다.
▼구조조정〓손병두(孫炳斗)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그룹별로 해당 주거래은행과 협의, 빠른 시일내에 구조조정 실천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그룹간 사업을 맞교환하는 ‘빅딜’에 대해서는 “종업원 고용문제나 상호지급보증 등 선결 과제가 많아 드러내놓고 바겐세일 할 수는 없고 막후에서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업매각을 촉진하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재계의 구조조정은 매각보다는 주력 업종을 중심으로 한 통폐합이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지배주주의 재산출자〓재계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내놓을 재산이 더이상 없다”는 것이다. 재계는 고통분담 차원에서 마지못해 합의는 했지만 이미 수조원의 대출보증을 한 총수들이 많다며 서로 눈치만 보고 있는 상황.
손부회장은 “그룹총수들이 계열사 매각시 지분 처분으로 들어오는 자금을 주력사에 넣을 것”이라고만 밝혔다.
일부 그룹은 계열사 배당이익을 자사주매입에 재투자하는 방안이나 증자때 주주들이 포기한 실권주를 총수가 매입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기업투명성 제고〓전경련 회장단은 “결합재무제표건 연결재무제표건 국제규범에 맞는 기준을 채택해야 한다”는 입장.
이는 결합재무제표 도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전경련 등 재계는 결합재무제표보다는 연결재무제표가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고 있다며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난색을 표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