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끝에 15일 닻을 올린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의 최종목표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고통 분담 국민협약’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노사정 3자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이다. 노사정 3자에 대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의 요구는 △전산업의 정리해고제와 근로자파견제 도입 등 고용조정(노) △대기업의 구조조정(사) △정부조직의 대폭축소와 예산감축(정) 등으로 요약된다.
노사정위원회는 이같은 기조아래 우선 20일경까지 긴급한 사안들을 논의할 계획이다. 특히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부실금융기관 정리해고제도입’ 문제는 최우선적인 논의과제다.
또 현재 각 사업장에서 ‘권고사직’ 등의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무더기 해고사태와 관련, 불법해고나 임금체불 등 부당노동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는 노측의 요구도 함께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이와 함께 1월말까지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합의사항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각 경제주체의 역할도 논의한 뒤 이를 토대로 노사정위원회는 ‘국민협약’을 작성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최우선과제인 정리해고제는 최대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조합원들의 생계수단을 박탈하는 일에 쉽게 도장을 찍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당장 금융기관 정리해고제 도입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부터 노사정위원회는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양대 노총은 이미 13일 김차기대통령과 4대 재벌총수간에 합의한 대기업 구조조정방안에 대해 “시한이 불명확한데다 오히려 재벌체제를 온존시키는 내용도 있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대 노총의 주장은 △경제위기 원인규명과 책임자 공개사과 및 처벌 △재벌의 소유 경영분리 △노동조합의 경영권 참여 등으로 집약된다.
물론 노동계 내부에서도 ‘최소한 판을 깨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확고하기 때문에 꼭 비관적으로 볼일은 아니다. 한국노총의 한 핵심간부는 “총체적인 논의가 진행되면 의외의 합의를 이끌어 낼 수도 있다”고 말해 사용자측의 대폭적인 양보가 전제된다면 대타협에 응할 용의가 있음을 시사했다.
아무튼 노사정위원회는 이같은 국민협약을 마련한 뒤에도 상당기간 존속될 전망이다. 우선 위원회가 2차 의제로 정해놓은 ‘21세기의 새로운 노사관계의 기본 틀’을 마련하는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사정측은 김차기대통령측이 IMF 위기극복 시한으로 잡고 있는 2년여 정도 위원회를 대통령직속 상설기구로 운영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