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벌들이 전문 대기업으로 변신하도록 기업간 대규모 사업교환(빅 딜)을 유도하되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행정지도와 주거래은행 제도의 활용 등을 통해 적극 개입할 방침이다.
구체 방안으로 자동차 반도체 가전 조선 석유화학 등 주요 수출산업과 항공산업 등 설비과잉 분야에 대해 업종마다 상위 2,3개 업체만 남기고 정리한다는 복안이다.
그룹별로도 2,3개 전문 업종에 특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
이 구상은 예컨대 삼성그룹의 경우 금융 반도체 중심으로, 현대그룹은 중공업 자동차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토록 유도한다는 것으로 사실상 업종 전문화제도의 부활을 예고한다.
정부는 이와 관련, 재벌그룹간 사업교환 때 차액에만 세금을 부과하고 기업결합 금지규정의 예외를 인정하는 등의 빅 딜 지원정책도 마련중이다.
재정경제원 고위관계자는 16일 “빅 딜을 통해 산업별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며 “삼성과 현대그룹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서로 맞바꾸는 정도의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재벌들은 계열사를 차라리 외국 기업에 넘길지언정 다른 재벌에 주지는 않으려 한다”며 “필요하다면 정부의 행정지도를 통해서라도 빅 딜을 성사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미국 유럽과 우리나라는 사업환경과 기업문화가 달라 업종을 특화한 뒤 불황에 빠지면 그 대기업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빅 딜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한계사업과 비주력부문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관련 기업들끼리의 빅 딜은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재경원 관계자는 “한계사업이나 부실기업을 정리하는 정도로는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를 극복할 수 없다”며 “업종 특화를 위해 수익성 있는 사업도 과감히 처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개입수단으로 주거래은행 제도를 활용할 방침이다. 즉 빅 딜은 소유관계의 변화를 뜻하고, 이는 채권 채무의 승계이기 때문에 사전 또는 사후에 관련 금융기관이 관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어차피 재벌의 상호지급보증 해소, 동일계열 과다여신 축소 등에 주거래은행의 적극적 역할이 불가피한 만큼 빅 딜에도 개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
재경원은 빅 딜로 인해 주요 산업의 독과점 체제가 강화되는 부정적 효과도 있지만 시장개방에 따른 국제적 경쟁으로 이런 문제점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규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