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16일 방한중인 로렌스 서머스 미국 재무부 부장관과 만나 “미국 등 서방선진국들이 조기 지원키로 약속한 80억달러를 빨리 받을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한국정부 및 채권은행단의 합의와 연계돼 이뤄지겠지만 최대한 돕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자리에서 김 차기대통령이 빠른 시일 안에 워싱턴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는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김 차기대통령에게 “채권은행단과의 뉴욕 협상에서 조건도 중요하지만 되도록 취임전에 조속히 마무리지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실은행의 처리문제에 대해서도 “외국 투자자본을 유치하려면 부실 은행 및 기업처리는 신속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머스 부장관은 출국전 가진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클린턴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방한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이번 방문기간중에는 포괄적인 한미관계와 한국의 금융위기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21일부터 뉴욕에서 열릴 외채협상과 관련, “한국의 외채만기 연장 협상은 한국의 정책조정과 연계돼 논의될 것”이라며 “조만간 채권단과 한국정부가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우리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및 미국 등 선진국의 시장개방 요구를 얼마나 들어주느냐에 따라 만기연장 협상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서머스 부장관은 이날 김영삼(金泳三)대통령과도 만나 “금융 구조조정 등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개혁작업이 김대통령의 재임중 많이 진척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정훈·신치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