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회장이 재벌그룹간 대규모 사업교환(빅 딜)에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빅 딜은 원래부터 삼성그룹이 주장해온 것으로 다른 재벌 총수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불분명하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17일 “이회장이 13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만난 뒤 재계를 대표해서 빅 딜을 주도할 것을 신중히 검토중”이라며 “이를 위해 사회 여론주도층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고 밝혔다.
이회장은 김차기대통령과의 회동 이후 재계 밖의 여론주도층 인사들을 만나 “삼성그룹이 재벌개혁에 뭔가 주도적인 자세를 보여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삼성이 나설 시기와 개혁의 수위가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이와 관련, 재정경제원이 기업간 빅 딜을 유도하되 제대로 진척되지 않으면 정부가 적극 개입할 방침(본보 17일자 1면톱 참조)임을 밝힘에 따라 삼성이 나설 시기가 다가온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회장은 이달말 이전에 결심을 굳히고 다른 재벌그룹들에 빅 딜을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삼성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어떤 형식으로 빅 딜을 추진할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세우지 못했다”며 “각 그룹의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성사에는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다른 재벌그룹들은 “빅 딜 자체가 삼성이 자동차사업 등 부실계열사를 떨어내기 위해 주장했던 방안이며 다급한 것은 삼성뿐”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김차기대통령과 주요 그룹 총수간의 재벌개혁 5개항 합의와 관련, 현대 삼성 LG 대우 선경 등 주요 그룹들은 19일경 구조개혁안을 발표하거나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제출키로 하고 휴일인 18일까지 막바지 조정작업을 벌일 움직임이다.
현대그룹은 17일 종합기획실을 중심으로 회의를 거듭해 주력업종 중심의 계열사 통폐합보다는 자력경영이 불가능한 한계사업을 처분 또는 통폐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반도체 유통 금융 자동차를 주력업종으로 삼고 이를 중심으로 계열사 매각이나 통폐합을 추진하는 구조개혁안을 마련중이지만 자동차사업에 대해서는 입장이 최종적으로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그룹 관계자들은 그러나 총수의 사재 출자에 대해서는 “일본 자금을 끌어다 쓰는 롯데그룹과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번 구조개혁안에 포함시키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영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