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21일부터 외채협상을 벌이게 될 외환협상대표단은 출국을 하루 앞둔 17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과 정부측 위원들이 참석한 비상경제대책위 전체회의에서 협상권한을 공식 위임받았다.
김용환(金龍煥)수석대표의 지휘 아래 유종근(柳鍾根)차기대통령경제고문과 정덕구(鄭德龜)재경원 제2차관보 등이 이번 협상에서의 전권을 부여받은 것이다.
외환협상단에 부여된 임무는 우선 단기외채의 장기채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가능하다면 신규차입(신디케이트 론)까지 성사시키는 것. 단기외채의 만기상환연장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현재의 외환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이번 협상에서 반드시 성과를 거둬야 한다.
미국 등은 이미 약속한 추가 협조융자 참여문제를 뉴욕협상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국내에서 신용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는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나 무디스사도 한국의 평가등급 재조정을 뉴욕협상 이후로 미루고 있다.
하지만 뉴욕의 분위기는 낙관도 비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뉴욕금융가는 정부지급보증과 엄청난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다. ‘정크 본드’ 수준으로 떨어진 한국의 신용도를 구실로 ‘한몫’ 챙기겠다는 심산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협상단은 21일 시작되는 채권은행단 회의에서 우선 한국의 경제위기 타개노력, 그리고 향후 새 정부의 경제정책 프로그램을 상세하게 설명할 계획이다.
관건은 한국의 국제적 신인도회복. 협상단은 이를 통해 개별, 또는 그룹별로 은행들을 설득해 무리한 요구조건들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협상단이 무엇보다 신경을 쓰는 부분은 국내 상황.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정리해고제 우선 도입,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의 합의도출, 재벌들의 구조조정 진행상황 등이 뉴욕협상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김차기대통령측이 국내의 주요 정치일정을 21일 이전으로 잡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측 실무협상대표를 맡은 정덕구차관보는 17일 “협상일정은 가변적이며 우리도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협상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협상전략은 외채의 중 장기 연장을 우리측에 최대한 유리하게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채권금융기관들은 리보(런던은행간 금리)에 5∼7%포인트 얹은 연간 11∼13%에 이르는 고금리를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는 수용치 않겠다는 방침. 가산금리를 3% 이내로 묶어 조달금리를 8%대에서 ‘방어’하겠다는 게 우리측 목표다.
또 JP모건 등은 만기 전에라도 갚도록 하는 콜옵션을 최소 3년으로 요구하지만 우리측은 1년으로 단축한다는 복안이다.
〈임규진·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