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격호(辛格浩)회장이 사재 1천만달러(1백60여억원)를 그룹에 출자하겠다고 밝혀 재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롯데그룹은 17일 “신회장이 일부 계열사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일본에 있는 개인재산 1천만달러를 들여와 현금으로 출자하겠다는 의사를 15일 열린 주요계열사 사장들과의 모임에서 밝혔다”고 말했다. 롯데는 또 “신회장이 계열사에 투자하기 위해 일본내 금융기관 등을 통해 3억∼5억달러를 차입, 1억달러를 이달 중에 들여오고 나머지는 금년 상반기중에 들여올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회장은 이 차입금으로 우선 재무구조가 나쁜 계열사의 악성차입금을 갚고 나머지는 제2롯데월드 건설 등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식품 유통 관광을 전문 주력업종으로 한 계열사 통폐합계획을 수립중이며 비주력 업종은 단계적으로 정리한다는 입장이다.
18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맨주먹으로 ‘롯데 왕국’을 일으킨 신회장은 67년 국내 투자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30억달러를 국내에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93∼96년에는 50만평(공시지가 7백50억원)에 이르는 개인소유 땅을 그룹에 완전 기증하는 등 이미 ‘사재출자 전력(前歷)’도 있다. 한편 신회장의 발언에 재계, 특히 현대 삼성 LG 대우 등 주요그룹들은 매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일본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으로 현금을 많이 확보한 롯데와 우리 그룹과는 형편이 다르다” “신회장이 괜히 나서서 나머지 재벌들만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불만이 주류다. 그러나 동시에 “어쨌든 다른 기업들도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는 반응을 보여 향후 이들 그룹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이영이·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