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도입을 놓고 경총의 찬성론과 노총의 반대론을 읽다 보니 경제학도로서 경제논리도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필자는 크게 보아 두가지 이유 때문에 정리해고제는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리해고 도입 반드시 필요
먼저 우리는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도산까지 거론되고 있는 한국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우선 달러가 들어와야 하고 외국투자자들을 끌어들일 투자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임금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게 상승했고 파업으로 인한 손실도 적지 않았다. 이같은 여건에서 정리해고가 허용되지 않는다면 기업이 필요에 따라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경우 걸림돌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정리해고에 대한 정당성의 판별기준을 마련해주기 위해서라도 정리해고제는 도입할 필요가 있다.
다음에는 거시적 안목에서 살펴보자. 정리해고의 반대말은 고용유지인데 고용유지란 정리해고를 막는 고용보호에 의해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선진국의 경험은 고용보호가 고용유지에 도움을 주기는 커녕 오히려 실업을 증가시킨다고 가르쳐준다.
선진국은 70년대에 두차례의 유가파동을 겪은 후 실업이 증가하자 고용유지를 위해 고용보호를 강화했으나 80년대에 들어와서는 높고 지속적인 실업의 원인이 고용보호 때문임을 인식하고 고용보호를 완화해가는 추세다. 영국은 85년 대량해고의 사전통보기간을 감축했고 프랑스는 86년 10인 이상 해고시 해고사유 제시와 당국의 해고승인 취득 조항을 폐지했다.
고용보호가 심한 나라에서는 실업률, 특히 젊은이의 실업률이 높다. 고충수당 지급, 당국으로부터 사전허가 취득, 노조와의 협상, 부당해고 판정시 재취업 보장 등 해고비용이 두려워 사용자가 채용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95년의 경우 고용보호가 사실상 없는 미국은 전체 실업률 5.5%에 젊은이의 실업률은 12.1%였지만 고용보호가 강한 스페인은 전체 실업률 22.7%에 젊은이 실업률 42.5%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고용보호가 심하면 고용률이 낮고 자영고용률이 높으며 파트타임 고용률이 낮아지는 등 고용에 나쁜 영향을 가져온다.
고용은 물흐르듯 이루어져야 한다. 물이 새어나가지 않고 고여만 있으면 흘러들어오지 못하여 마침내는 썩고 만다. 고용유지만을 목적으로 해고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새로운 지식을 갖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얻지 못해 경쟁력을 잃고 만다. 특히 기술발전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대에 고용유지는 결코 능사가 아닌다.
우리는 가장 호황을 누리는 미국에서 배울 점이 있다. 96년말 5.6%에 이르던 실업률은 97년 11월 4.6%로 감소해 거의 완전고용 수준을 회복했다.
그 이유의 하나를 노동시장의 유연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국은 자유계약 원칙으로 이루어진 경쟁적 노동시장, 낮은 임금상승률, 높은 노동이동률, 다양화된 고용패턴, 낮은 고용보호 수준, 해고가 필요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는 일시해고제 등의 특징을 갖고 있어 구조조정과 신규채용이 동시에 가능하고 그 결과 고용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 중장기 종합대책 마련해야
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실직. 듣기만 해도 가슴아픈 말들이다. 그러나 도산 또한 기업도 망하고 일자리도 사라진다는 점에서 가슴아픈 말이다.
이 기회에 정부는 4조5천여억원에 이르는 실업대책자금이 바탕이 되는 실업대책을 확대, 단기는 물론 중장기까지 포함하는 종합적인 고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육과 훈련비를 과감하게 지출해가면서 해고와 창출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고―창출’ 정책을 실시해갈 것을 제안한다.
박동운(단국대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