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35세 미만의 일반 행원들을 대거 명예퇴직시키고 있어 ‘거꾸로 가는 구조조정’이란 비난을 받고 있다.
22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관련 일정을 끝낸 조흥 외환 제일 국민 부산 강원은행 등 6개은행은 모두 4천6백2명을 명예퇴직시켰다.
명퇴자 가운데 급여가 상대적으로 높은 1급(부장 및 지점장급)이 2백40명, 2급(하위 부점장급)이 3백4명 등 1,2급이 전체의 11.8%에 불과했다. 반면 최하위 실무자인 5급(일반행원)이 2천5백36명으로 전체의 55.1%나 됐다.
청원경찰 등 별정직 7백34명과 4급(대리급) 4백51명을 합쳐 실무급 은행원은 전체 명예퇴직자의 80.8%에 이른다.
실무급 행원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퇴직해 은행원들의 고용불안감이 높아지고 창구직원들의 업무가 폭증하게 된 것.
1천2백68명을 명예퇴직시킨 외환은행의 경우 전체의 72.0%인 9백14명이 5급행원이었다. 부산은행도 전체 6백79명 가운데 65.3%인 4백44명이 말단 행원이었다.
특히 작년에 흑자를 낸 경남은행은 “귀하는 현저한 직무능력 부족자로 판단돼 명예퇴직의 우선권고대상자로 선정됐다. 권고에 불응하면 즉각 대기발령 등 강력한 인사조치를 하겠다”는 은행장 명의의 편지를 은행원들에게 보내 물의를 빚었다. 이 은행은 전직원의 4분의1 가량이 일제히 명퇴를 신청하는 바람에 퇴직자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
금융전문가들은 “‘한살이라도 젊었을 때 새길을 찾겠다’며 은행을 떠나는 행원과 안팎의 압력에 시달리던 여자 행원들의 명예퇴직이 많았다”며 “국내 은행의 구조조정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퇴직한 행원급 가운데 2백∼3백명이 시간제근무자로 돌아올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 창구의 일 마무리는 정규직 행원들에게 전가돼 업무가 폭증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편 6개은행 명예퇴직자들이 정식 퇴직금 외에 생활정착 등을 위해 받은 평균 위로금은 직급별로 4천2백만∼1억4천3백만원으로 당초 전망했던 액수보다는 훨씬 적었다.
〈윤희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