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경제를 지탱해온 고정환율제가 계속 유지될 것인지 논란이 뜨겁다.
루디거 돈부시 미국 MIT대교수는 “세계금융시장의 운명이 홍콩달러에 달려 있다”며 “홍콩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전세계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15년간 고정돼온 홍콩달러의 앞날을 점쳐본다.
▼홍콩당국의 입장〓홍콩 금융관리국은 “평가절하는 절대로 없다”고 말한다. 무역항이자 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의 주요 수입원은 기업법인세와 금융거래세. 이 때문에 홍콩은 외국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홍콩의 중국반환에 따른 불안감을 덜기 위해 83년 채택된 고정환율제는 ‘1달러〓7.8홍콩달러’라는 등식을 외국투자가들에게 각인했다.
이에 따라 “홍콩에 투자해 주가와 이자율변동에 따른 손실은 볼 수 있어도 환차손만은 없다”는 믿음이 생겼다.
▼무엇이 문제인가〓고정환율을 유지해온 정책수단은 두가지. 평가절하가 예상되면 이자율을 높여 달러를 끌어들이고 비상시엔 외환보유고를 동원, 방어벽을 친다. 동남아위기 이후 두차례 홍콩달러 투매사태가 나자 당국은 하룻밤 콜금리를 무려 250%로 높이기도 했다.
문제는 이자율정책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 지난해 7월말 연 6.6%였던 홍콩 은행간 30일물 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라 최근 14%선이다.
만약 금리시장이 말을 안 들으면 아무리 외환보유고가 풍부해도(97년말 9백28억달러) 장기간 현상황을 유지하기 힘들다.
게다가 83년 이후 상대적인 물가수준이 미국보다 두배나 올랐고 최근 한국과 동남아화폐의 평가절하에 따라 수출경쟁력도 약화됐다. 결국 고평가된 홍콩달러를 바로잡지 않고서는 93년 이후 계속된 무역적자를 해결할 길이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어떻게 될까〓대안론과 현상유지론이 있다.
대안론은 홍콩달러를 소폭 평가절하한 후 다시 고정하자는 ‘한발 물러서기’ 전략. 시장 실무자들은 ‘1달러〓10홍콩달러’ 정도로 환율왜곡을 없애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대로 버티자는 현상유지론에 힘이 실려있다. 어떤 변화든 ‘홍콩신화’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와 외국자본의 급격한 유출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모험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것.
더욱이 평가절하는 ‘성공적인 일국양제(一國兩制)’ 이미지를 훼손할 수도 있어 중국당국이 쉽게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아니다.
〈김승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