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협상 얻은것]빚독촉 늦췄지만 원리금상환부담 눈덩이

  • 입력 1998년 1월 30일 19시 54분


뉴욕 외채전환협상 타결로 한국의 외환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다는 데는 안팎의 평가가 일치한다. 그러나 이번 협상은 외채를 ‘갚은 것’이 아니라 ‘미룬 것’이어서 근본적인 빚문제가 해결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이번 협상은 국민의 부담인 정부의 지급보증을 조건으로 외채 상환기한을 늦춘 것이기 때문에 ‘수혜’대상 국내 채권금융기관들에 고율의 문책성 보증수수료를 물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숨통이 트였다〓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은행권의 단기외채 2백40억달러의 만기가 짧게는 내년말, 길게는 2000년말까지 연장돼 당장 갚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해소됐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올해안에 만기도래하는 외채 8백2억달러 중 2백40억달러를 중장기채로 전환하면 외환위기의 주범인 1년미만 단기채 비중은 지난해말 52.4%에서 36%대까지 줄어든다. 올해 갚아야 할 외채중 3분의 1가량은 올해 갚지 않고 1∼3년후에 갚아도 된다는 점에서 외채구조가 건전해진 셈. 지급보증 대상 2백40억달러는 국내은행 본점과 해외점포들이 꾸어온 돈으로 구성된다. 국내 금융기관이 빌린 돈이라도 대차대조표에 부채로 잡히지 않는 선물 옵션 등 파생금융상품 거래와 폐쇄되는 종합금융사 등이 꾼 돈은 지급보증 대상에서 제외됐다. 나머지 지급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5백60억달러 가량은 국내기업들이 빌린 돈 2백56억달러를 비롯, 외국은행 국내지점이 꾸어온 돈(1백72억달러), 역외금융(95억달러) 등이다. 그러나 지급보증 대상에서 제외된 국내기업들이 빌린 외채 역시 해당기업이 부도 등으로 지급불능사태에 직면할 경우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남는 문제〓이번에 타결된 금리조건이 당초 JP모건이 제시한 11∼13%대의 고금리에 비해 낮은 평균 8.2%(리보+2.5%)수준이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물채권이 상한가를 유지하던 96년에 비하면 2% 가까이 높다. 당장 올해 외채에 대한 이자부담만도 1백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 협상에서 확보한 ‘추가금리 부담없는’ 조기상환권(콜옵션)은 큰 성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 해결책은 임창열경제부총리도 지적했듯 수출증대를 통한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로 외채 원리금규모를 줄여나가는 것. ▼국내은행의 책임〓이번 협상의 골자는 ‘채무금융기관이 못 갚으면 국민이 낸 세금으로 갚아주겠다’는 것이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채무 금융기관들에 높은 보증수수료를 물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도 “이번 요율 산정에는 방만한 해외차입을 일삼은 은행에 대한 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경원은 채무금융기관들의 신용도에 따라 다양한 요율을 정할 계획이며 3% 이상 고율의 벌칙성 수수료를 매기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2백40억달러에 대해 평균 3%의 요율을 적용하면 고용안정기금 등에 쓸 1조원 가량의 재원마련이 가능하다. 〈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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