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은 1월31일 국민회의 당무위원과 의원 연석회의에 참석, 이렇게 말했다. 뉴욕 외채협상 타결로 한숨을 돌렸다고 생각했던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김차기대통령의 발언에 다시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김차기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 상황을 ‘활화산’과 ‘휴화산’에 비유했다. 뉴욕 외채협상 타결로 폭발 직전의 활화산이 휴화산이 됐지만 아직도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게 김차기대통령의 메시지였다. 이는 국민에게 “마음을 다잡고 허리띠를 더욱 조여 달라”는 주문이기도 했다. 김차기대통령은 우리의 상황이 ‘휴화산’이라는 근거로 두가지 예를 들었다. 하나는 2백40억달러의 단기외채를 평균 8.1% 금리의 중장기외채로 바꿨지만 앞으로 1백여개의 개별 채권은행이 하나하나 협상타결 조건에 동의해줘야 최종 타결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민간기업이 해외에서 차입한 4백억달러 규모의 외채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는 설명이었다.
국민을 향해 ‘고통감내’를 외치고 있는 김차기대통령도 내심 긴장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다. 김차기대통령이 특히 마음을 쓰고 있는 대목은 노사정(勞使政)협약 도출. 벌써부터 ‘혁명국회’라는 별칭이 붙은 2월 임시국회는 목전에 다가왔지만 노사정협의회의 갈 길은 아직도 먼 상태다. 김차기대통령은 정부와 재계의 개혁에 더욱 박차를 가함으로써 노동계로부터 최대현안인 고용조정 문제 해결에 대한 양해를 구하겠다는 생각이다.
대외적인 설득작업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정수(朴定洙)부총재가 이끄는 의원사절단이 미국으로 건너가 클린턴 대통령 및 상하원의원들을 접촉하고 있다. 멕시코의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극복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유재건(柳在乾)부총재를 단장으로 한 방문단도 2일 멕시코로 출발한다.
또 9일에는 재일동포 사업가인 소프트방크의 손정의(孫正義)회장과 만나 벤처기업 육성방안 등을 논의한다. 5일이나 6일경에는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의 친서를 갖고 올 특사와, 6일에는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와 면담할 계획이고 7일에는 조셉 울픈슨 세계은행 총재와 만날 예정이다. 또 8일 중국을 방문하는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통해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에게 친서를 전달하고 오는 17일에는 방한하는 독일 바이켈 재무장관과의 면담일정도 잡혀 있다.
김차기대통령은 오는 25일 취임전까지 국가 재건(再建)의 청사진을 마련한 뒤 집권 후 본격적인 국가개조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