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사원시대⑤]김재열/일도 보상도 철저히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나는 미국계 컨설팅 회사로 90년대 들어 급성장하고 있는 모니터 컴퍼니에 96년 입사했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외국인 회사는 우선 입사절차부터 다르다. 먼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제출하면 회사측에서 인터뷰할 대상자를 선정한다.우리로 치면 서류심사와 면접인 셈이다. 그러나 인터뷰의 내용이 우리와 다르다. 우리처럼 인적 사항이나 가치관 또는 사회현상과 같은 일반적인 사항만을 묻는 것이 아니라 업무와 관련된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상세히 묻는다. 예를 들면 미국 가구시장에 대한 단편적인 자료를 보여준뒤 “앞으로 미국 가구시장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전망하느냐”고 묻는다. 컨설턴트로서의 논리적인 사고, 창의력을 평가하겠다는 의도다. 1차 인터뷰를 통과하면 다시 그룹 인터뷰를 한다. 4,5명을 한 팀으로 구성하여 또다시 업무와 관련된 주제를 주고 얼마만큼 효과적으로 토론을 주도하며 다른 사람의 참여를 유도하는지 살핀다. 학교성적이나 필기시험성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업무수행능력을 기준으로 사람을 뽑겠다는 것이다. 한국 학교의 역사시험이 사건의 발생 연도나 내용을 묻는 반면 미국에서는 그 사건이 발생한 동기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묻는 것과 같은 차이가 있다. 이같은 절차를 거쳐 입사하면 연봉계약을 한다. 특별한 직장경험이 없는 경우 협상의 여지없이 회사측이 제시하는 초임사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그러나 상당 기간 특정분야에 종사한 경력이 있을 경우 협상을 통해 연봉을 결정한다. 물론 이때 회사측은 동종의 한국 기업 임금 및 외국 기업의 연봉 수준을 상세히 조사한 데이터를 가지고 협상에 나선다. 이렇게 해서 정한 연봉은 매년말 개개인의 업무성과와 능력에 대한 재평가를 통해 다시 조정한다. 우리 회사와 같은 컨설팅회사의 컨설턴트는 그가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능력과 잠재력 등이 평가대상이다. 그 결과에 따라 연말보너스도 지급된다. 평가는 프로젝트에 같이 참여한 자신의 상급자와 하급자에 의해 이뤄진다. 하급자가 상급자를 평가하도록 하는 것도 한국회사와는 다른 점이다. 효율적인 연봉제 실행을 위해서는 공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우리 회사의 경우 컨설턴트의 능력과 잠재력을 정해진 기준에 의해 평가하는데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상하급자로부터 평가를 받게되므로 공정성이 최대한 보장된다. 연봉 협상 과정에서 회사측은 직원이 맡은 업무에 적절치 않다고 판단할 때 이직을 권유하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직원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비해 회사의 대우가 미흡하다고 느끼거나 업무가 자신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할 경우 이직한다. 회사와 직원간의 관계는 상호 필요에 의한 것이지 평생고용 평생직장과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연봉의 제한폭은 없으며 보너스는 회사 실적과 기여도에 따라 연말에 한차례 지급한다. 우리 회사의 경우 주 5일 근무가 원칙이다. 그러나 자기가 맡은 일을 정해진 기간내에 해내야 하는 컨설턴트와 같은 직종에서는 이를 지킬 수 없을뿐만 아니라 새벽까지 근무하는 날도 빈번하다. 외국 기업의 경쟁력은 이처럼 철저하게 일을 시키고 철저하게 보상하는 제도에서 생긴다고 본다. 김재열(모니터 컴퍼니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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