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구조조정 어디로]빅딜 물밑작업 계속

  • 입력 1998년 2월 2일 19시 39분


대기업 구조조정의 상징으로 부각한 ‘대규모 사업교환(빅딜)’의 추진과정에 혼선이 빚어지자 2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측이 수습에 나섰다. 새정부 진영은 그동안 빅딜을 강제한 적이 없으며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유도한다는 기존의 방침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는 것이 그 골자였다. 수습작업은 국민회의 간부회의가 맡았다. 김민석(金民錫)수석부대변인은 회의후 “일부에서 혼선이 생긴 것처럼 알려진 새정부의 대기업 구조조정작업은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오늘 회의에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새정부 진영은 기업들에 구조조정을 요구했을 뿐이지 구조조정의 한 부분에 불과한 빅딜을 구체적으로 강요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되자 관심은 자연히 국민회의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에게 쏠렸다. 김의장이 그동안 “빚이 많은 한계기업만 문을 닫겠다면 어떻게 하느냐. 재벌간 빅딜을 통해 업종전문화를 꾀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1월17일)“주력기업을 강화하고 기업간 빅딜이 과감하게 일어나야 국민이 감동할 것이다”(1월21일 기자간담회)며 빅딜의 필요성을 여러차례 강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날은 김의장도 펄쩍 뛰었다. “내가 언제 기업들에 빅딜을 강요했느냐. 그것이 강요한다고 되는 일이냐. 빅딜을 강제로 요구한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강제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김의장은 또 지난달 22일 5대그룹 기조실장 회의에서 자신이 “새정부 출범전 빅딜의 가시적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의 대표인 김용환(金龍煥)자민련부총재도 “오는 24일까지(새정부 출범전) 사업교환 계획안을 내라고 한 적이 없다. 다만 기업집단간 핵심역량을 집중하다 보면 사업교환이 있을 수 있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이런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미심쩍은 대목이 적지 않다. 우선 그동안 빅딜에 대한 김차기대통령 진영의 언급이 잦았고 그 내용도 강경했기 때문. 겉으로는 강요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강요와 다를 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김차기대통령조차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기업들은 3∼5개의 주력기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정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특히 재경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지난달 “빅딜을 통해 산업별로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삼성과 현대그룹이 자동차와 반도체를 서로 맞바꾸는 정도의 혁신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구체적인 예까지 들었다. 종합해 보면 김차기대통령측은 겉으로는 자율을 표방하면서도 속으로는 사실상 빅딜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김차기대통령측이 뒤늦게 빅딜의 강제성을 부인하고 나섰더라도 물밑에선 여전히 빅딜 추진작업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빅딜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노사정(勞使政)위원회에서 고용조정(정리해고)에 대한 노동계의 합의를 받아내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성격이 강해 김차기대통령으로선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사람이 많다. 〈송인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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