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경제개혁/고용조정]돌아오는 勞, 대타협 보인다

  • 입력 1998년 2월 3일 20시 27분


노사정(勞使政)고통분담의 최대 난제인 고용조정(정리해고) 법제화 문제가 조금씩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고용조정 법제화에 반대입장을 굽히지 않던 노동계가 ‘논의는 해볼 수 있다’는 쪽으로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지난달 15일 노사정위원회를 발족한 이후 일관되게 고용조정 법제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때문에 지난 2주여 동안 노사정 협상은 줄곧 이 문제로 난항을 겪어 왔다. 구체적 방안이 처음으로 제시된 것은 설연휴 직전인 지난달 26일. 정부안을 먼저 내놓아야 협의에 응할지를 결정하겠다는 노(勞)측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정부안이 제시됐다. 그러나 노측은 이 정부안에 대해 “96년말 날치기처리한 법안과 거의 똑같다. 일부 내용은 더 나빠졌다”며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새 정부안을 내놓으라고 재차 요구했다. 그런 와중에서도 1일 밤 전문위원 회의에서는 비공식적이나마 상당히 깊은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차기대통령측은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노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반영한 절충안을 2일 제시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차기대통령측에서 3일까지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 강행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조심스럽게 진전되던 협상분위기는 갑자기 얼어붙고 말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2일 회의도중 강행처리방침의 철회를 요구하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고 ‘노사정위원회 탈퇴불사’라는 강수(强手)를 던졌다. 그렇지만 양 노총은 3일 다시 회의에 참석, 협상을 재개했다. 김차기대통령측의 절충안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협상용의를 내비쳤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수용불가’라는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우선 한국노총측은 “절충안이 당초 정부안보다 나아진 것은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그리고 해고요건과 절차를 더욱 엄격하게 보완한다면 충분히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정리해고요건을 ‘해고하지 않으면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해고절차도 ‘노사간의 성실한 협의’를 ‘노사간의 합의’로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민주노총은 절충안에 대해 “당초 정부안과 다를 게 뭐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구속근로자 석방 및 사면복권 등 국민대통합조치 △재벌총수 퇴진 및 재산헌납 등 가시적인 재벌개혁조치 △고용안정재원 10조원 확보 △공무원 교원노조 허용을 포함한 노동기본권 강화 등 네가지 선결요구사항을 받아들여주면 고용조정문제도 패키지로 협상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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