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이 외환시장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올해 들어 지속적인 하향세를 보여온 시장금리의 하락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최근 시장금리 하락세와 원인〓작년말 연 30,40%대에 달했던 시장금리는 1월 초중순경 대부분 20%대로 떨어졌다.
주요 시중은행 기업당좌대출금리도 30%대에 진입한 지 약 한달만인 지난달 26일경 2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30일에는 뉴욕 외채협상 타결소식으로 3년 만기 회사채 금리가 작년 12월 8일이후 처음으로 연 10%대로 내려섰으며 2월 들어서도 20% 미만에서 형성되고 있다.
4일에는 회사채 금리가 전날보다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자금시장 관계자들은 “외환위기가 조금씩 해소되면서 안정감이 회복되고 있는 것이 최근 금리하락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정점에 달하는 연말과 구정이 지났다는 계절적인 요인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리 전망〓대우증권 마득락(馬得樂)채권팀차장은 “증권회사와 투자신탁회사 등 제2금융권과 대기업 자금사정이 최근 호전됐다”면서 “회사채금리 등 시장금리의 하락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3,4월경 시장금리가 일시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지만 6월 이후에는 회사채 금리가 연 15% 안팎에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흥은행 한 임원은 “기업들의 신규 투자수요가 크게 줄어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외환위기가 심화하지 않는 한 현재 연 21∼22%에 이르는 은행의 기업대출 금리가 6월 이후에는 17%대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금융권은 이렇게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다. 금리하락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금리 하락의 걸림돌〓금리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 원―달러환율의 안정. 인도네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환율 불안 요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외환딜러들의 설명이다. 한은이 금리를 떨어뜨리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는데도 한계가 있다. 물가가 오르는 부작용 때문이다.
한국은행 자금부 관계자는 “기업의 신규 투자자금 수요는 줄어드는 반면 매출액이 줄어 기업의 이자상환자금 등 운전자금 수요는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업 자금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전반적인 시장금리가 떨어지더라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조달금리는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금리의 양극화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광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