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株 취득확대, 회사돈 낭비 우려…증권업계 지적

  • 입력 1998년 2월 5일 20시 28분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맞설 수 있는 수단으로 기업들에 자사주(自社株)취득한도를 늘려주기로 한 정부조치는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비상경제대책위원회는 4일 확정한 ‘기업구조조정 추진방안’에서 증권거래법을 고쳐 자사주 취득한도를 현행 10%에서 33.3%로 늘려주기로 했다. 이에 따라 재벌그룹들은 법이 바뀌는 대로 오너의 지분율이 낮은 계열사의 주식을 자사주 형식으로 사들일 태세. 그러나 증권 전문가들은 “오너들 사이의 경영권 다툼인 M&A에 왜 회사돈을 써야 하느냐”며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고 있다. 대유증권 김경신(金鏡信)이사는 “일반 주주들 입장에서는 오너가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회사의 가치만 높아지면 그만”이라고 지적하면서 “외국인들이 이번 조치에 반대해 시비를 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경영권 분쟁 중에 자사주를 비싸게 사들였다가 ‘M&A재료’가 소멸, 주가가 폭락하면 회사는 막대한 평가손실을 안게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대우증권 강창희(姜敞熙)상무도 “자사주 취득한도가 늘어나면 그동안 이 제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돼 온 주가조작의 우려가 더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점 외에도 현실적인 맹점이 많다. 모 대그룹 주식담당자는 “자사주 취득한도만 늘려줄 것이 아니라 주식취득가격 재원(財源) 의결권 등에 대한 제한도 풀어줘야 실질적인 M&A 방어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경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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