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협상이 벌어진 5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내의 노사정위원회는 매우 급박하게 돌아갔다.
국민회의와 민노총측은 회의도중 이견이 생길 때마다 회의장 밖으로 자리를 옮겨 1대1 협상을 하며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노사정위의 분위기가 타결쪽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한광옥(韓光玉)위원장이 4일 오후 인수위사무실에서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면담을 한 뒤부터. 한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교원노조의 허용과 노조의 정치활동허용,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에 대한 벌칙조항 삭제 등 노동계에 줄 ‘선물’을 준비했다.
국민회의측은 민노총측 대표들이 협상전권을 위임받지 못해 합의에 어려움을 겪자 민노총측이 협상대표에게 전권을 주도록 설득하는데 주력했다.
국민회의 노무현(盧武鉉)부총재 배기선(裵基善)전의원, 노동계 출신인 이목희(李穆熙) 김명원(金明源) 이용범(李鎔範)씨 등은 민노총 관계자들에 대한 개별설득에 나섰다. 한위원장도 이날 새벽 당사에서 농성중인 민노총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작업을 벌였다.
휴버트 나이스 IMF단장도 4일 박인상(朴仁相)한국노총위원장과 만나 정리해고제 도입의 불가피성을 설득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민노총은 5일 오전 7시 투쟁본부 사무실에서 대표자회의를 긴급 소집, 대표들에게 전권을 위임하되 9일 대표자회의에서 추인을 받는다는 절충안을 통과시켰다.
○…한국노총측은 이날 회의에 앞서 긴급 산별연맹대표자회의를 열고 ‘최종 협상에 임하는 우리의 입장’이라는 결의문을 채택, 8가지의 요구사항을 정리했다.
한노총은 결의문에서 “현 상태에서 정리해고제 및 근로자 파견제도를 입법화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고용조정의 요건 및 절차의 대폭 강화를 주장했다.
이날 오후 2시45분에 시작된 기초위원 회의에서 한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이번 협상은 재건국(再建國)을 할 수 있느냐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점”이라며 “반드시 오늘중 결론을 내려 달라”고 노동계의 결단을 촉구했다.
○…이날 막판 협상에서는 고용조정의 요건과 절차가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다. 특히 IMF측이 고용조정의 요건을 까다롭게 규정한 국민회의측의 절충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근로기준법에 99년 3월까지 유예해 놓은 정리해고제의 유예조항만을 삭제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자 노동계측이 반발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5일 오전 민주노총을 방문, 배석범(裵錫範)위원장직무대행에게 “고개 숙여 부탁하고자 여기에 왔다”며 위기극복을 위해 노동계가 고용조정제를 수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특히 일부 기업들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노동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 기업들은 경을 치겠다”고 강조했다.
또 이날 민노총은 포철의 삼미특수강 인수과정에서 부당정리해고가 발생했다고 지적하며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청했고 박총재는 “현재로서는 포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으나 여러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는 만큼 취임 이후 정확히 알아보겠다”고 말했다.
〈윤영찬·이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