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30대기업대표 회동]통안증권 『풀어야』『안된다』

  • 입력 1998년 2월 6일 20시 28분


6일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과 30대 재벌그룹 대표의 간담회에서는 한국은행의 통화안정증권을 둘러싸고 임창열(林昌烈)경제부총리와 최종현(崔鍾賢)선경그룹회장 간에 불꽃튀는 논쟁이 벌어졌다. 통안증권이란 무역수지가 흑자일 때 기업의 수출대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팽창하는 통화량을 흡수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융권에 할당하는 통화안정용 증권이다. 먼저 최회장은 “과거 무역흑자가 3백억달러까지 갔을 때도 정부는 통안증권을 발행, 통화량을 흡수했는데 이것이 25조6천억원에 이른다”며 “통안증권을 푸는 것과 통화량 증가와는 관계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 최회장은 이어 “이제는 무역수지가 적자이니 통안증권으로 흡수한 돈을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은이 통안증권을 금융기관에 떠넘기지 않으면 통안증권을 사는 돈 중 상당액을 기업대출로 돌릴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됐다. 최회장의 발언에 임부총리는 “통안증권은 통화조절수단으로 국제수지 적자땐 긴축을 하도록 돼있다”며 “1∼2개월 숨을 돌렸다고 해서 긴축기조를 깰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임부총리는 또 “통안증권은 통화량에 영향을 미친다”면서도 “한국은행과 상의해보겠다”고 말했다. 최회장은 다시 “그같은 얘기는 정부가 과거 10년 동안 줄곧 해온 얘기”라며 “통안증권으로 흡수한 돈을 푸는 것은 본원통화를 늘리는 것과 같지 않다”고 재반박했다. 두 사람의 논쟁이 계속되자 김차기대통령은 “통안증권으로 빚을 갚지는 못해도 (최회장의) 말은 옳은 말”이라고 말해 두 사람의 논쟁으로 긴장감이 고조되던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김차기대통령은 이어 “나도 이것 저것 반박할 내용을 생각해봤으나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앞으로 관련기관과 상의해 한꺼번에는 못풀어도 부분적으로라도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논쟁을 마무리했다. 〈윤영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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