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실 어떤곳인가]계열사경영 좌지우지

  • 입력 1998년 2월 7일 19시 43분


선단(船團)식 경영, 문어발식 확장을 이끌었던 재벌그룹의 회장실 조직이 크게 바뀐다. 7일 재계에 따르면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이 6일 30대 재벌그룹 총수를 만나 회장실을 폐지하라고 요구하자 전경련과 각 그룹들은 조직개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경련은 9일 30대그룹 기조실임원 회의에서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관계자를 초청, 회장실 폐지방안을 논의한다. ▼회장실 무엇이 문제였나〓회장실은 그룹 총수들의 경영구상 등을 현실로 옮기는 ‘친위대’조직. 상법상 기업경영 대표권을 갖지 못한 총수들이 수십개 계열사 경영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회장실을 통해 계열사 경영진의 인사와 자금흐름 등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70년대 후반 재벌들의 ‘덩치 키우기’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회장실은 대그룹들의 차입경영을 총지휘했다. 총수의 신규사업 구상이 나오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자금조달 인력배치 등의 핵심기능을 회장실이 수행했던 것. SK그룹의 유공인수, 삼성그룹의 자동차사업 진출을 성사시킨 것 등이 대표적 사례다. 90년대 들어서는 회장실 밑에 해외법인을 두는 그룹이 늘어나면서 외화차입에도 깊숙이 개입, 현재의 외환위기를 불러오는 데도 한몫했다. 5대그룹의 경우 회장실의 한해 운영예산은 그룹 광고비용을 빼고도 대략 2백억원대. 전액 계열사들의 지원금으로 충당한다. ▼그룹경영 어떻게 달라질까〓회장 비서실이 없어지더라도 그룹총수가 주력사 대표이사를 맡고 주력사 기조실이 회장을 보좌하는 기능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즉 주력사가 전체 계열사를 총괄 조정하는 지주(持株)회사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 그러나 주력사가 지주회사 역할을 맡더라도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권한이 축소될 수 밖에 없다. 상법상 근거가 없는 ‘유령조직’인 그룹 회장실은 그동안 계열사로부터 막대한 자금과 인력을 끌어다 썼다. 그러나 주력사 기조실로 편입될 경우 특정 계열사로부터 자금과 인력을 지원받으면 부당내부거래로 외부에 드러나 제재를 받게 된다.또 회장의 권한도 자신이 대표이사를 맡은 주력사로 제한돼 계열사 전체에 대한 장악력이 약화된다.회장실의 계열사 간섭이 줄면 각 계열사 경영진의 책임경영이 강화되는 한편 계열사간 유대관계가 약해져 내부거래나 상호지급보증 등은 점차 어려워질 전망. 그러나 재벌그룹들이 조직생명의 근원인 회장실을 쉽사리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이영이·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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