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주총, 파란 예고…일반주주 발언권 강화 『초비상』

  • 입력 1998년 2월 9일 20시 15분


“지난 회기 경영실적이 왜 이렇게 저조합니까. 회사 임원들은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왜 주주들에게는 배당을 해주지 않는 겁니까.” “지난해 대규모 투자는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 아닙니까.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진이 사퇴할 용의는 없습니까.” 올해 기업 주주총회에선 발언권이 강해진 일반주주들이 임원들을 이렇게 공박하고 나설지 모른다. 올 주총부터 일반주주들의 발언권 강화등으로 파란이 예고됨에 따라 기업들이 초비상 상태에 돌입했다. 이달말부터 3월까지 이어지는 12월결산법인 정기 주주총회에서 전례없이 경영간섭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한 소수주주들이 주주권행사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새정부측이 회장실 폐지 등 강력한 재벌정책을 요구함에 따라 그룹총수가 계열사 대표이사로 ‘강등’되는 등 주총에서 다뤄질 내용도 전에 없이 파격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소수주주 목소리 커진다〓지금까지의 주총은 일반주주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사회에서 정한 안건 대로 진행돼 왔다. △개회인사 △의결사항 통과 △이사선임 △배당액 보고 등의 통상적인 순서. 이 과정에서 참석자가 불만을 제기해도 사회자가 “잘 안 들립니다. 크게 말씀해 주십시오”라고 무시하며 서둘러 주총을 끝내왔던 것이 사실. 그러나 이번 주총에서는 진행자체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민단체인 참여연대가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의 소수주주들을 모아 이번 주총에서 적극적인 권리행사에 나서겠다고 공식표명,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와 내부거래 등을 문제삼고 경영진 퇴진 등을 요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아직 소수주주 의결권 등 소수주주 보호 제도가 법제화되지 않아 이번 주총에서 크게 문제되지는 않겠지만 주총 보고나 의결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걱정했다.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실적악화로 배당을 실시하지 않을 계획이어서 일반주주들의 무배당에 대한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들로서는 작년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을 입은 데다가 배당마저 받지 못하게 된 일반주주들을 무마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보고를 더욱 설득력있게 해야 하는 상황이다. ▼오너 역할 축소 불가피〓이번 주총에서 다뤄질 내용 중 가장 핵심은 사외이사제의 확대와 함께 그룹 총수의 계열사 대표이사 등재 문제. 새정부로부터 회장실 폐쇄요구를 받고 있는 재벌그룹들은 일단 그룹총수가 1, 2개 주력사 대표이사를 맡은 뒤 주력사 기조실을 통해 과거의 회장실 기능을 계속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현재 정몽구(鄭夢九) 정몽헌(鄭夢憲) 두 그룹회장이 각각 6개계열사 대표이사 회장직을 맡고 있으나 주력사이외에는 경영에서 물러나 사외이사로 참여한다는 방침. 이건희(李健熙)삼성그룹 회장도 삼성전자 등 1,2개 주력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맡고 회장비서실 기능을 계열사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며 LG 대우그룹 등도 그룹총수를 계열사 대표이사로 역할을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밖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경영간섭을 공공연히 표방하고 회계장부의 열람과 경영진 교체요구, 이사선임 투자제한 등을 요구하고 나서 정관개정 및 정비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영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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