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내부에서 혼선을 빚었던 새정부의 재벌개혁 방안이 비상경제대책위원회 측과 30대그룹 기조실 임원들이 만난 자리에서 보다 분명해졌다.
비대위는 9일 이헌재(李憲宰)비대위 실무단장을 보내 기업 경영투명성 보장 및 상호지급보증 해소, 결합재무제표 도입 등을 기업 자율 형식으로 시행해나가도록 촉구했다.
재계는 상호지보 해소시한의 탄력적인 적용과 순수지주회사 설립 등을 전제조건으로 제시했지만 대체적으로 새정부의 개혁안에 보조를 맞춘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책임경영체제 확립〓비대위는 이달 말 주총전까지 총수들이 소유주 혹은 투자가로서의 입장을 분명히해 총수의 기업지배 관행을 법적으로 뒷받침해줄 것을 주문했다.
임원들은 “주총까지 시일이 촉박하다”고 주장했으나 “보통결의나 이사회결의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관계를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혀 이번 주총에서 가시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고 못박았다.
임원들은 그러나 그룹 비서실 조직이 결합재무제표 작성이나 구조조정 상호지보 해소 등 개혁작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것이기 때문에 주총전에 비서실 해체는 어렵다는 현실론을 제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임원은 또 “비서실 조직이 없어지더라도 그 기능은 당분간 존속시키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상호지보해소〓상호지보 완전해소 시한에 대해선 99년 3월말 혹은 2000년 3월말 사이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비대위가 제기한 미해소 상호지보분에 대한 가산금리 부과방안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
이단장은 새정부 출범 후 3월중 명확한 시한과 처벌규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와 관련, 4월부터 신규 상호지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별도의 입법조치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들은 이에 대해 신기술 첨단업종 투자에 대한 상호지보분에 대해선 산업구조조정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유예해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30대에 진입한 아남그룹 등은 상호지보 해소시한을 다른 그룹보다 늦춰줄 것을 주문했다.
▼재무구조 개선〓비대위는 3월1일부터 각 그룹이 국내외 주요 채권은행과 상호지보 해소를 포함한 재무구조 개선협약을 맺도록 요청했다.
기업들의 구조개선 노력을 ‘국제금융시장이 인정하도록’ 자구노력을 구체화하라는 주문.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기업 구조조정 관련 각종 조세감면 혜택 등이 법제화하더라도 구조조정을 앞서 시행한 기업에 소급 적용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결합재무제표작성 지주회사 설립〓임원들은 결합재무제표 작성시 결합대상 및 기준을 정확히 제시해주고 순수 지주회사의 설립도 허용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 상법에는 ‘그룹’이 없지만 공정거래법에서는 계열사를 묶어 규제하는데서 오는 기업들의 혼선도 해소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단장은 “결합재무제표가 작성되면 지주회사 설립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혀 두 문제를 연계해 처리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