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외자도입에 이은 방만한 설비투자가 현재의 외환위기를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산업은행은 10일 ‘우리나라의 금융위기와 정책과제’라는 보고서를 통해 외국자본을 대거 끌어들여 설비투자에 쏟아부은 기업들의 행태가 외환위기의 한 원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기업들의 투자 붐은 결국 경기침체로 이어져 실물부문의 부실을 초래했고 금융부문에서는 경상수지 적자폭과 외화부채를 크게 늘렸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81∼90년 10년 동안 △은행을 통한 해외차입 △해외채권 발행 △외국인 주식투자 등을 통해 조달한 외국자본은 국내여신의 2.7%. 그러나 이 비율은 91∼96년에는 7.6%로 높아졌으며 특히 기업들의 설비투자가 극심했던 94∼96년엔 9.9%에 달했다.
또 대기업집단에 대한 여신관리제도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해외 주식예탁증서(DR)와 전환사채(CB) 등 해외채권과 외국인 주식투자자금도 81∼90년중 국내여신의 0.5%에 불과했으나 94∼96년에는 10배가 넘는 5.3%에 달했다.이에 따라 81∼90년중 연평균 24.2%씩 늘어나는데 그쳤던 제조업 설비투자는 94년 56.2%, 95년 43.5%로 급증했다. 막대한 외화부채를 끌어들여 중복투자, 경기침체를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산은은 기업들의 과도한 외화차입 붐 외에 △지나치게 높은 대기업집단 비중 △금융감독체계의 미비 △제2금융권의 비대화 등을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꼽았다.
〈정경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