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한국 경제가 최근 성공적인 외채협상을 통해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과중한 외채와 함께 기업들이 지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국내 부채 때문에 붕괴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는 10일 “최근 세계 채권은행단이 단기부채 2백34억달러의 상환을 연기해줬으나 나산그룹과 같이 국내 부채를 갚지 못해 도산하는 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신문은 “금리가 치솟고 자산이 증발하는 가운데 소비는 거의 정지된 상태이기 때문에 기업들의 도산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국내 금융기관뿐 아니라 국제 채권은행들도 참담한 결과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타임스는 “국내 기업들의 부채규모는 외채의 2배로 천문학적 수치인 3천여억달러에 이른다”면서 “이 가운데 50∼75%가 6개월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부채”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9일 “한국의 민간기업과 은행들은 여전히 과중한 국내외 부채의 부담에 따른 고통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상환이 연장된 2백34억달러를 제외하고도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국내외 부채는 모두 4천6백여억달러”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또 대우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국내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한국 기업들이 앞으로 외채를 얻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심각한 유동성 부족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지원에 따른 고금리와 국내 경제침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