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자본유치 毒인가 藥인가…선진경영 도입-손해 우려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54분


국내 자금시장여건이 악화하면서 기업들이 이번에는 해외자본으로 눈을 돌려 자본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부실기업들이 계열사를 외국사에 매각하거나 해외 제조업체와 합작관계를 맺는 형식뿐 아니라 투자은행 등 외국 금융기관의 지분참여를 끌어들이는 단순 투자유치형식도 점차 늘고 있다. 그러나 자금난에 시달리는 기업들이 ‘급전 끌어다 쓰기’식으로 해외자본을 유치할 경우 국내 제조업 기반이 붕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치추진 현황〓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주력사 지분을 매각하는 형식으로 골드만삭스 등으로부터 10억∼20억달러를 추진하는 이외에도 삼성자동차가 포드 등 해외 자동차업체의 자본참여를 추진중이다. LG그룹은 최근 LG칼텍스정유가 합작파트너인 칼텍스로부터 5억달러를 차입했고 LG카드도 5천만달러의 해외차입을 추진하는 등 외자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LG관계자는 “주력사라도 경영권을 넘기지 않는 선에서 외국자본의 지분참여를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대우그룹도 최근 김우중(金宇中)회장이 GM경영진과의 제휴협상을 진두지휘, 조만간 거액의 외화자금을 들여올 계획. 이밖에 한화그룹이 한화바스프우레탄 등 주요계열사를 외국기업에 매각했으며 현재 텍사코 세브론사 등과 한화에너지 매각을 협상중이다. 대상그룹도 라이신 등 1조5천억원 상당의 2,3개 주력사업분야를 해외매각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긍정과 부정론 팽팽〓같은 외국자본의 국내 유입에 대해서는 긍정론과 우려가 엇갈린다. 긍정적인 입장은 “외국의 합리적인 경영 기법과 노하우를 통해 경영의 건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 또 우호적인 자본을 끌어들임으로써 적대적 인수합병(M&A)의 방어막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도 꼽는다. 동아증권 권영건(權靈建)법인영업팀장처럼 “외국자본과 합작하면 준(準)다국적 자본화됨으로써 해외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측도 있다. 반면 우려하는 쪽은 두가지 근거를 든다. 먼저 단기차익을 노리고 국내기업과의 합작을 추진하는 경우다. 이들은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선까지 주식이나 기타 자산의 가치가 올라가면 전격적인 매각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M&A제한이 대폭 완화되면 적대적인 M&A를 시도하는 체하면서 고가에 지분을 되파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다. 두번째 우려는 합작법인의 경영간섭. 외국합작선으로서는 ‘세계경영’ 차원에서 생산 판매지역을 구획, 합작사가 이 범위를 넘을 경우 제동을 걸게 마련이다. 회사 장기발전에 꼭 필요한 신규설비 구입이나 재투자 등도 이사회 등에서 번번이 거부당할 수 있다. 〈이명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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