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제 시행을 비롯한 고용조정 및 기업구조조정 관련법안이 14일 임시국회에서 처리됨에 따라 재계의 구조조정작업이 가속도를 얻고 대외신인도가 빠른 속도로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제계는 정리해고가 쉽다는 것이 바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커지는 것인 만큼 그 자체로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그동안 투자를 망설였던 외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데도 유리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지는 법통과와 관련,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에 대한 핵심적인 요구조건을 충족했다”며 “법안 통과로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이미 각 사업장에서 광범하게 실시되고 있는 가파른 정리해고에 따른 근로자의 희생과 단기간의 대량실업을 우려하고 있다. 노동당국도 법적인 요건에 따라 정리해고가 엄격하게 진행되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노사양측의 엇갈리는 반응속에서도 “지금까지 한국에 직접 투자하려는 의사가 있는 외국기업들이 근로자를 해고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때문에 미루어온 게 사실”이라며 법통과가 경제위기 회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인력조정의 어려움 때문에 적자사업을 매각하거나 조직통합 등 전반적인 구조조정을 하는데 애로를 겪어왔다. 이 때문에 경영위기를 주로 급여삭감 인력 재배치 등으로 버텨온 대기업들은 시행령 마련 등 법체계가 마무리되는 데 때맞춰 본격적인 인력조정에 나설 태세다.
특히 국내 유화 제약시장 진출을 노렸던 외국자본의 경우 인수합병(M&A)의 주요 걸림돌이 제거된 만큼 진출이 활발해질 전망이다.
재계는 차기 정권의 구조조정 요구에 따라 나름대로 한계사업 철수 및 관련 인력조정 방안을 검토하면서도 협력업체 및 임직원의 반발을 우려, 정리해고법 통과 때까지 구체적인 발표를 미뤄왔다.
그러나 30대 그룹이 14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 제출한 구조조정계획에는 주력업종을 제외한 한계사업 정리안이 포함돼 있어 이번 정리해고법안 통과는 구조조정계획과 맞물려 상당한 추진력을 실어줄 것이 확실하다.
이에 따라 기업마다 방만한 조직팽창으로 늘어난 화이트칼라의 잉여인력을 대거 정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대기업의 한 노무담당 임원은 “올해 노사협의의 최대 쟁점도 퇴출인력의 규모문제가 될 것”이라며 “과거와는 달리 화이트칼라가 주대상이 되는 새로운 양상이 전개되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의 확대와 실업대책기금 증액 등은 당초 합의안보다 훨씬 내용이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만 놓고 본다면 외자도입을 촉진하고 경제위기의 극복을 앞당기는 쪽으로 처리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래정·윤종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