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밤 국회를 통과한 고용조정 및 실업대책, 대기업 구조조정과 관련된 17개법안 중 일부조항은 노사정(勞使政)위원회의 합의내용과 다르다.
물론 달라진 것들이 모두 노동계에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실업급여 재원이 당초 1조2천억원에서 2조8천억원으로 늘어난 것을 비롯, 일부사항은 노동계에 유리한 것도 있다.
우선 ‘실업자’를 초(超)기업단위(산별 또는 직종별)노조의 조합원으로 인정하기로 한 노사정위의 합의사항은 국회환경노동위 심의과정에서 삭제됐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해고 및 실직자는 일절 노조원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도록 한 것. 다만 “노사정위 합의사항을 감안하여 실업자의 초기업단위 노조가입에 필요한 관계법 개정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부대결의안을 채택, 논란의 소지를 줄이려 했다.
두번째 논란은 소액주주의 권한강화부분. 당초 노사정위는 소수주주에 대해 대표소송제기권과 회계장부 열람권의 행사요건을 각각 0.01%와 0.03%이상으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막상 국회에서는 비상경제대책위에서 내놓은 각 0.05%와 0.1%로 요건을 강화해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 부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노사정위 합의과정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명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협상 막판에 비대위가 결정한 내용을 가급적 존중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의사항을 위반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한 파견근로자보호법은 국회 환경노동위 심의과정에서 노사정위의 합의내용과는 상관없이 대폭 수정됐다. 제조업의 직접생산 업무는 제외하기로 명문화했고 항만하역업무도 파견근로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단순업무는 일시적 간헐적으로 파견근로를 허용했다.
이 법은 노동계에 유리한 부분과 불리한 부분이 서로 뒤섞여 수정안이 통과된 탓인지 노동계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이밖에 노사정위가 실업 및 고용안정 재원규모로 5조원 이상을 확보하기로 합의했는데도 국회 심의과정에서는 6조원으로 늘어났고 실직자들의 생계비로 지원하는 실업급여도 당초 1조2천억원에서 2조8천억원으로 늘리기로 부대결의안을 채택했다.
이와 같이 국회 통과법안 내용이 노사정위 합의사항과 일부 달라졌지만 노동계에 유리한 부분도 적지않아 당장 노동계의 반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실직자가 노조조합원이 될 수 있는 길이 막혔지만 전체적으로 볼 때 무조건 불만을 터뜨리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