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동지물포…在宅대리점…「무점포 영업」뜬다

  • 입력 1998년 2월 23일 17시 56분


목돈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같은 국제통화기금(IMF)시대. 퇴직금을 털어 창업 전선에 나서려고 해도 수천만원대의 사무실 비용을 생각하면 기부터 죽는다. 기껏 사무실이나 점포를 차려도 고객들이 많이 찾아올지 자신이 없다. IMF시대엔 한번 차린 점포를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는데…. 창업희망자들의 이런 고민을 감안한 ‘IMF형 무점포’ 영업이 최근 인기다. 사무실이 없는 만큼 주로 집이나 차량을 ‘영업본부’삼아 고객밀착형 영업을 하는 것이 특징. 동대문시장의 개인점포에서 월 4천만원대의 매출을 올렸던 김희석(金喜錫·34)씨. 연말 자금난에 쫓겨 문을 닫은 뒤 3개월 동안의 시장조사를 마치고 최근 ‘움직이는 지물포’를 차렸다. 승합차에 도배지와 휴대용자동풀칠기등을 싣고 고객을 직접 찾아다니기로 한 것. 휴대전화와 수신자부담전화(080―080―8787)를 연결시켜 주문을 받기 때문에 점포 보증금과 인테리어비용 등 1천2백만원을 아낄 수 있었다. 창업비용은 중고차 구입비 5백만원에 선전현수막 제작비용 10만원이 전부. 자동풀칠기는 36개월 할부(월 10만원)로 구입하고 도배지 등 부자재는 고객주문에 맞춰 그때그때 사면 된다. 김씨는 “경력이 일천하지만 일감을 맡는 즉시 현장에 출동하는 데다 자동풀칠기로 도배를 빨리 마칠 수 있어 고객들의 반응이 좋다”며 싱글벙글이다. 최근 어학기자재 대리점을 모집하고 있는 부산외국어사(02―556―7740)는 아예 ‘재택(在宅)형 대리점’ ‘매장내 매장(숍인숍)’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워 관심을 끌고 있다. BBC영어 CD롬 타이틀 등 어학실습기자재 등을 구입하고 영업력 테스트만 거치면 집에서도 대리점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얘기. 김영민(金暎珉)사장은 “소비심리가 위축돼 있어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기존 대리점 영업에 한계가 많을 것으로 예상, 재택 대리점을 기획했다”며 “재택 대리점에 다품종 소량판매방식을 결합시키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김모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아파트단지내 중국음식점을 찾았다가 헛걸음했다. 음식점 주인이 손님이 앉을 공간을 없애고 세를 내준 뒤 배달영업으로 완전히 돌아섰기 때문이었다. 이같은 배달전문 외식업체들도 사실상 무점포창업에 가깝다. 공간비용을 줄이는 대신 배달인력과 장비를 확충, 고객이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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