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은행권 수수료횡포 허덕…환전료 작년의 4배

  • 입력 1998년 2월 24일 19시 51분


국내 굴지의 종합상사인 S사의 외화자금 담당 P과장은 요즘 거래은행을 찾을 때마다 기분이 언짢다. 선적서류와 수출환어음 등 수출대금 선(先)회수에 필요한 서류를 꾸며 은행에 내면 ‘무시하지 못할’ 수준의 환가료(換價料:수출대금을 은행이 선지급하는 데 따른 일종의 이자수수료)를 떼이기 때문. 24일에도 10만달러짜리 수출환어음(3개월짜리)을 내고 3천달러 가까운 환가료를 내야 했다. 해외차입 금리가 치솟은 것은 알고 있지만 ‘고생해 수출하는 쪽이 누군데…’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중소업체 S물상은 거래은행이 지난 연말부터 중소기업의 외상 수출거래를 취급하지 않자 아예 수입업체로부터 대금을 직접 전신환(TT)으로 받고 있다. 그러나 전신환을 은행에서 우리돈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달러당 40∼50원의 환전수수료를 떼이기 때문에 헛고생을 하는 기분이다. 이 회사 L차장은 “지난해 중반보다 환전료가 4배나 올랐다”며 “환율등락으로 고충을 겪기는 은행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데 왜 기업들만 일방적으로 당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처럼 은행들이 외환거래와 관련, 과다한 수수료를 기업체에 부담시켜 수출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외환위기가 한풀 꺾였는데도 외상기일이 3∼6개월인 기한부수출환어음(유전스) 등의 거래에서는 은행들이 일방적으로 위험을 기업측에 떠넘기고 있는 것. 무역업체들이 받는 불이익은 크게 △환가료 △환전수수료 △기타 외환수수료 급등 등 세가지. 이중 환가료 부분은 국내 금융기관들의 차입금리가 올라 어쩔 수 없는 대목이긴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행들이 ‘리보(런던은행간 금리, 6% 안팎)+5%’로 정해놓은 명목환가료에 최소 1%를 더 붙이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또 은행들이 달러대금을 내주면서 반강제로 일정액을 기준값보다 헐하게 재매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3개월짜리 유전스의 환가료 부담은 거의 국제금리의 3배인 20%대로 치솟았다. 은행들은 더 나아가 24일부터 신용장개설료 등 각종 외환수수료를 일방적으로 올려받기 시작했다. 수입업자의 대금지불 약속을 전제로 수출업체가 은행에서 미리 대금을 할인받는 수출어음(DA)에 대해서도 거의 모든 은행들이 매입을 중단, DA방식 수출이 마비됐다. 한국 총수출액 중 유전스와 DA방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6%(96년 기준)에 달해 은행권의 횡포로 인한 수출감퇴가 심각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외국바이어 중엔 최근 국내업체들이 일람불 결제를 고집, 등을 돌린 경우가 적지 않다”며 “특히 신규바이어 유치엔 유전스 결제조건이 필수적인 만큼 금융권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래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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