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이후 동남아 각국이 외환위기의 전염병을 겪으면서 “단물만 빼먹고 썰물처럼 빠져나간 다국적 투기자본이 위기를 악화시킨 주범”이라는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핫머니 때리기’를 반박하며 “핫머니의 순기능도 많다”고 주장하는 옹호론도 만만치 않다.
▼핫머니 규제론〓핫머니의 악폐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94년 멕시코 외환위기 △95년 베어링증권 파산 △97년 동남아위기 등 세계적인 금융혼란 뒤에는 반드시 핫머니가 도사리고 있었다고 주장한다.
단 0.1%라도 높은 이윤을 좇아 국경을 넘나드는 이 국제자본은 하루 거래량만도 2조달러로 추정된다. 조지 소로스회장의 퀀텀펀드만 해도 가용자산규모가 1백90억달러에 이른다.
핫머니는 한 발 앞선 정보력과 자금동원력을 바탕으로 사냥감으로 지목한 국가의 주식 및 외환시장에 거품을 일으킨 뒤 거액을 챙기고 일시에 빠져나간다. 따라서 핫머니는 좀처럼 산업자금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핫머니 규제론자들의 일관된 논리다.
▼핫머니 옹호론〓투기자금의 부작용을 인정하면서도 핫머니의 순기능에 주목하는 전문가들은 “시장환율이 정상환율(경제체질상 가장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환율)에서 벗어났을 때 이를 되돌리는 것은 핫머니”라고 주장한다.
또 핫머니는 속성상 외환위기 직전의 인도네시아나 태국처럼 인위적으로 자국화폐가치를 고평가하거나 신뢰하기 힘든 정책을 펴는 국가의 화폐를 집중공략한다. 이 때문에 핫머니는 ‘국제금융의 경찰’로 불리기도 한다.
더욱이 일반투자자는 주식이나 외환가격이 떨어질때 대세에 따라 투매대열에 서지만 투기자본은 오히려 바닥점을 예상하고 매수에 나서므로 주식 및 외환시장 안정에 기여하기도 한다.
핫머니 옹호론자들은 “지난해 한국의 외환위기가 핫머니 때문에 발생했다는 논리는 억지”라고 주장한다. 원화가치를 곤두박질치게 만든 세력은 외국계 투기자금이 아니라 한국기업 자신이었다는 것. 환율상승이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당장 달러로 갚아야 할 빚이 쌓여있어 ‘미리 달러를 사두자’는 가수요가 불붙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원화환율이 9백4원에서 1천3백80원으로 치솟은 지난해 4·4분기동안 주식시장을 통해 한국을 빠져나간 외국계 자금은 12억달러 정도. 그러나 같은 기간에 국내기업 등이 사들인 순수매입분은 78억달러였다.
〈김승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