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항기로서는 6.25이후 처음으로 북한 상공을 비행한 대한항공 화물기의 홍성무(洪性武)수석기장 등 조종사 4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평양관제소와의 교신내용을 전달했다.
미 앵커리지공항에서 러시아 영공을 통과한 화물기가 북한의 상공인 평양비행정보구역(FIR)을 진입한 것은 3일 오전 8시57분.
조종사들이 영어로 항공기의 위치와 고도를 밝히자 평양관제소는 또렷한 영어로 258기를 맞았다.
이어 홍기장이 “의사소통이 잘 안되면 한국말로 합시다”라고 제의하자 평양관제소의 감독관이라고 밝힌 사람이 “여러분의 우리 관제지역통과를 환영합니다”라고 한국말로 응답했다. 이후 대화는 한국말로 계속됐다.
통신상태를 점검하던 김광호(金光鎬)부기장에게는 “여러분과 평양관제소는 6백㎞ 떨어져 있으나 위성중계소가 많아 통신감도가 좋습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북한상공 3백㎞를 긴장된 상태로 비행하던 조종사들은 오전 9시17분 독도를 내려다보며 북한의 비행정보구역을 벗어났다.
김부기장은 “우리 말로 교신하다보니 마음이 푸근해졌다”며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화물기는 “다음에 계속 만납시다”라는 평양측의 교신을 뒤로 한 채 이날 오전 10시25분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홍기장은 “북한상공이 4월23일부터 정규항로가 되면 미국 동부지역 승객은 서부지역 승객과 비슷하게 13시간 이내에 서울에 올 수 있다”며 기뻐했다.
〈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