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제팀 분석]기획원 출신 「호남인맥」 뜬다

  • 입력 1998년 3월 8일 18시 52분


‘국민의 정부’ 첫 경제팀에 옛 경제기획원의 호남인맥이 대거 포진했다. 이들은 박정희(朴正熙)정권하의 경제개발시대부터 기획원에서 거시경제정책 입안가로 커온 인물들로 산전수전 다 겪은 경제기획통들.

그 중심에 전북 출신의 진념(陳稔·58)기획예산위원장이 섰다.

역시 전북 출신인 강봉균(康奉均·55)청와대정책기획수석이 그 뒤를 잇는다.

진위원장과 강수석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직할체제 아래서 새 정부 경제정책 추진의 ‘실세 쌍두체제’를 구축할 가능성이 예상되기도 한다.

문민정부에 이어 새 정부에서 속투(續投)하게 된 전남 출신의 전윤철(田允喆·59)공정거래위원장과 이기호(李起浩·53)노동부장관도 기획원에서 입신(立身)한 인물들.

최수병(崔洙秉·59)국민회의총재특보는 기획원 출신 호남인맥의 ‘맏형’으로 그의 거취도 주목되고 있다.

최특보와 이장관은 광주 출신이고 진위원장과 강수석은 각각 전주와 군산출신이며 전위원장은 목포 출신.

최특보 진위원장 강수석 이장관은 서울대 상대 동문이기도 하다. 전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

이밖에 청와대정책기획수석 휘하의 이윤재(李允宰)정책1비서관과 오종남(吳鍾南)정책3비서관, 청와대 경제수석 밑의 이근경(李根京)재정금융비서관 등은 호남 출신 기획원 인맥의 40대 차세대들.

이들은 제3공화국 이래의 옛정권 아래서 대구경북(TK)과 부산경남(PK)출신 기획원 인맥이 득세할 때도 끈끈한 내부 연고를 바탕으로 꾸준히 맥을 이어가며 성장해 왔다. 이제는 과거의 TK나 PK를 능가하는 경제정책 운용의 실세로 떠올랐다.

특히 62년 기획원 사무관으로 경제관료의 길에 들어섰던 최특보와 63년 기획원 사무관으로 출발했던 진위원장은 뛰어난 기획력으로 기획원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동향 후배 엘리트들을 이끌어 왔다.

특히 진위원장은 기획원 차관보를 거쳐 해운항만청장 재무부차관 등으로 잠시 기획원을 떠났다가 91년 기획원차관으로 ‘금의환향’한 뒤 강봉균차관보―이기호경제기획국장―이근경기획국총괄과장 등의 라인업으로 노태우(盧泰愚)정권 후기 한때의 경제정책을 주도했었다. 전위원장은 당시 물가정책국장으로 기획라인 외곽에서 이들과 호흡을 맞췄다.

그후 강수석은 노동부차관을 거쳐 김영삼(金泳三)정부 초중기인 94년 ‘차관중의 차관’이었던 기획원차관으로 대성의 틀을 굳혔으며 96년부터 정보통신부장관으로 있다가 이번에 ‘청와대 수석중의 수석’으로 김대통령의 부름을 받았다. 청와대수석이 차관급으로 격하되긴 했지만 그의 역할은 결코 격하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8일의 차관급 인사를 앞두고 재경부차관 후보로 떠올랐던 장승우(張丞玗·49)전해양수산부차관도 광주 출신으로 기획원에서 성장한 인물. 이번 인사에서는 배제됐지만 최특보와 함께 언젠가는 다시 요직에 발탁될 가능성이 남아 있는 것으로 얘기된다.

전철환(全哲煥·60)신임한국은행총재도 전북 익산,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한때 기획원에 몸담았으며 특히 진위원장 강수석 등과 지연 학연이 통한다.

한편 새 경제팀의 이규성(李揆成)재정경제부장관과 이헌재(李憲宰)금융감독위원장은 재무부 출신. 역시 옛 기획원과 옛 재무부가 경제정책 인맥의 산실임을 보여준다.

이밖에 김성훈(金成勳)농림부장관과 박태영(朴泰榮)산업자원부장관은 비관료 출신이지만 지역적으로는 전남 인맥.

새 경제팀 실세 가운데 비호남 출신은 충남 출신의 이재경부장관과 김태동(金泰東)청와대경제수석 정도인 셈이다.

〈임규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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