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말 기존 대주주였던 김홍건(金弘建)씨 일가가 전격적으로 사보이호텔측의 공개매수에 응해 소유권 분쟁이 일단락된 듯했지만 아직도 M&A의 후유증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주력사업이었던 대일(對日)수출이 원활하지 못한 데다 경영진간 내분이 일어 상당한 진통을 겪고 있다.
64년 김씨 선친이 창업한 신성무역은 96년까진 소폭이나마 순익을 냈던 알짜배기 기모노수출 전문회사. 그러나 지난해엔 M&A공방에 회사가 시달린 끝에 자본금 규모에 맞먹는 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 1,2월 수출실적도 1백76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 실적 2백40만달러에 크게 못미쳤다. 수출 전문업체가 환율폭등의 호기를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
더 큰 문제는 대주주간 분쟁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심화돼 회사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드는 점.
지난해 M&A 공방 도중 김씨 일가는 ‘사보이측이 공동소유목적 관계인들을 숨겼다’고 증감원에 고소, 벌금형을 이끌어내긴 했다. 그러나 벌금형 판결에 앞서 공개매수가 이뤄지는 바람에 ‘후환’을 남겼다.
공개매수 이후 사보이측은 기존 경영진이 방어비용으로 수억원을 지출한 것을 추후 문제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김씨는 대신 법적 대응을 포기하고 11월 임시주총 소집에 응해 회장으로 선임됐다.
그러나 올해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M&A방어하느라 회사를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회장 문책을 강력히 주장하면서 김회장측이 다시 사보이측을 의심하게 된 것. 소액주주를 시켜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의혹을 품고 있다.
대주주간 감정적 골이 완화되지 않는 한 신성무역은 경영상 진통을 겪을 전망이다.
적대적 M&A 자체에 대한 정부 및 재계의 평가는 ‘필요악’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신성무역 사례는 ‘시비소지를 없애는 투명한 법적 절차’를 확보하지 못하면 적대적 M&A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을 말해준다.
〈박래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