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한국 무기응집제 공업협동조합의 지출 명세서와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부와 수의계약을 체결한 조합들은 회원사로부터 매년 수천만원씩에 이르는 계약 수수료를 걷어 이중 10% 안팎을 공무원 등에게 로비자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기응집제 조합은 지난해 20개 회원사로부터 수의계약에 대한 대가로 각각 1천5백만∼2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아 3억6천만여원의 예산을 마련, 이중 6%에 해당하는 2천4백만원을 조달청에 경조사비 등으로 썼다.
이는 법인세법에 정한 접대비 사용 한도인 1백39만원보다 2천2백여만원이나 많은 액수다.
지출 내용을 보면 지난해 3월 구체적인 명목없이 ‘판공비(CS)’란 이름으로 2백만원을 지출했으며 5월에도 ‘판공비(DHCV)’로 1백만원이 나갔다. 또 지난해 1월 조달청 내자3과 직원의 모친 회갑에 10만원을 지출했고 영수증에는 조달청 퇴직자들의 친목 단체인 ‘조우회’에서 보낸 ‘알려드립니다’공문이 첨부돼 있다.
다른 조합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폴리프로필렌섬유조합 정원택전무(63)는 “40개 회원사로부터 받은 계약수수료 4억원 중 3천만원을 조달청등에 경조사비로 썼다”고 말했다. 또 한국재생플라스틱조합도 “지난해 2억5천만원의 알선 수수료를 걷어 2천5백만원을 공무원들에 대한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 조합들은 단체 수의계약대상에 포함되기 위해 로비자금을 쓰는 것은 물론 일부 퇴직 공무원을 조합 임원으로 모시기도 한다.
조달청 서기관 출신의 S씨(63)는 무기응집제조합에서 실제로 근무하지 않으면서 전무로 이름을 올려놓고 지난해 3천5백만원의 급여를 받았다고 조합측은 밝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시된 수의계약품목은 2백98개. 95개 업종별 조합이 조달청 건설교통부 등과 계약을 했으며 95개 조합 산하 9천2백여 업체가 정부에 납품하고 있다.
숭실대 유동길(柳東吉·61)중소기업대학원장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단체수의계약 제도를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제도를 악용하는 공무원들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훈·박윤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