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30% 감원 요구… 재경부서 구조조정 압력

  • 입력 1998년 3월 12일 19시 59분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대규모 인원감축, 해외사무소 폐쇄, 국내지점 축소 등 대대적 구조조정을 단행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12일 “한은의 기능축소 등을 감안, 3천여명의 한은 직원 가운데 20∼30% 정도를 단계적으로 감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말까지 한은의 구조조정 노력을 지켜보고 미흡하다고 판단되면 내년부터 적용되는 재경부의 한은에 대한 경비성 예산 승인권을 발동해 한은 개혁에 직접 개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도 조만간 한은 개혁과 관련, 구체적 지침을 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은측은 “우리 스스로도 사회 각계의 구조조정에 발맞추어 군살을 뺄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 지침을 파악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은측은 “재경부가 한은의 구조조정을 강요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반면 재경부측은 “한은의 통화관리가 직접규제에서 간접규제 방식으로 바뀌기 때문에 은행감독원 직원 5백80명을 빼고도 3천여명에 이르는 한은 인력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한은이 자발적으로 인력을 대폭 감축하지 않으면 올해의 경우 2천8백억원에 이르는 한은의 경비성 예산을 내년에는 대폭 줄여 감원이 불가피하도록 예산 승인권을 발동할 방침이다.

재경부는 “올해 한은의 경비성 예산 중 인건비는 복리후생비를 빼고도 1천6백4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재경부 관계자는 또 “일본은행을 제외하고는 중앙은행이 해외사무소를 설치한 나라가 거의 없다”며 “한은의 해외사무소는 폐쇄돼야 옳다”고 강조했다. 한은의 해외사무소는 현재 8곳에 설치돼 있다.

재경부측은 이와 함께 “은행감독 업무가 한은에서 분리돼 통합금융감독기구로 넘어가기 때문에 현재 16곳에 설치돼 있는 한은 국내지점도 대폭 축소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예산 승인권을 구조개혁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행한 일”이라며 “한은 스스로 개혁에 나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운동연합은 재경부의 예산승인권은 폐지되든지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한은의 예산 남용을 우려하는 입장에는 동감하지만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한은 예산에 대한 별도의 견제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규진·이용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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